점점 극우로 빨려들어가는 권성동, 조만간 헌재 앞 윤석열 탄핵 반대 시위에 나타날지도 모른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권성동의 행보가 심상찮다. 기자간담회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을 접견하러 가겠다는 말을 대놓고 한다. 윤석열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을 겨냥해 극단적인 이념 공세도 서슴지 않는다. “모든 불공정 재판의 배후에는 민주당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의 정치 사법 카르텔이 있다”는 게 권성동의 말이다. 카르텔, 이 말을 자주 하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윤석열이다. 윤석열은 일이 안 풀릴 때마다 정적을 향해 ‘패거리 카르텔’, ‘이권 카르텔’을 밥먹듯이 언급했다.
권성동은 급기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재판관 임명 거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더라도 따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법률가 출신인 자신이 헌재의 결정을 따르지 말라며 노골적으로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권성동은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극우 진영과의 선긋기를 단호하게 하지 못하고, 때로는 그들의 주장을 답습하기까지 한다.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극우세력이 보여준 행태를 본다면, 이른바 ‘자유민주주의’를 계승한다는 공당의 원내대표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건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극우세력은 윤석열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 영장 판사를 처단하겠다며 법원 청사를 초토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 앞 시위에서는 재판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그들을 죽여야 한다는 등의 위협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 권성동은 이런 극단적인 반민주적 망동에 대해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을 대변하듯 재판관들을 공격한다. 100석을 넘게 갖고 있고, 한때 국민 절반의 지지를 얻던 정당의 원내대표가 일부 극우세력에 편승해 스스로 극단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권성동의 모습은 대중들에게 다소 의아하게 다가올 수 있다. 검사 출신인 권성동은 정치인 생활을 하는 내내 나름 ‘합리적’ 보수라는 평가를 받아온 인물이다. 특히 2016년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졌을 때 대중들의 박수를 한몸에 받은 바 있다.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이었던 권성동은 박근혜 탄핵소추안 작성을 주도하고, 탄핵소추위원으로서 헌재의 탄핵 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형사재판에 비유하자면 박근혜를 때려잡는 검사 역할을 한 셈이다. 그때 권성동은 박근혜를 옹호하던 극우세력으로부터 ‘탄핵 5적’이란 비난을 받기까지 했다.
권성동의 극우 편승 행보는 심각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
우선 극우세력 입장에선 ‘탄핵 5적’ 중 우두머리 격이었던 권성동이 자기들 편에 섰다고 인식할 수 있다. 어마어마한 아군을 얻었다고 오판하게 되는 것이다. 극우세력은 권성동을 필두로 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행보를 사법부 테러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을 것이고, 결국 헌법과 법률에 대한 극단적 도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서 상당한 비중을 형성하는 무당층에도 잘못된 신호가 발신될 수 있다. 합리적 보수로 평가받던 공당의 원내대표가 저런 황당무계한 주장을 하면, 무당층 일부에서는 ‘아, 헌재 재판관들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 매우 위험한 여론 왜곡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박근혜 탄핵 때도 그랬듯, 권성동은 누구보다도 정치 현상에 민감한 사람이다. 불과 약 한달 반 전 원내대표 선거 때 계엄의 정당성을 피력하는 윤석열 담화를 보면서 “아이 씨 뭐하는 거야”라고 짜증스런 반응을 보인 적이 있었는데, 바로 그게 권성동이다. 그런 그가 박근혜보다 더욱 탄핵 사유가 명확한 윤석열을 지키려 나선 것이다. 이제는 다시는 정권을 되찾기 어렵다는 현실을 감지한 것일까. 이런 차원에서 보면 권성동이 극우로 빨려들어가는 건 오히려 자연스러울 지도 모른다. 확실한 자기 지분이라도 챙겨야 손해를 덜 볼 테니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설 연휴가 끝난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당 최고위원회의 마지막 발언에서 권성동이 이끄는 국민의힘을 겨냥해 “국민의힘이 너무 극우화되고 있어 걱정이다. 정신을 좀 되찾기를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재섭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성동의 윤석열 면회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런 식으로 극우 세력에 계속 끌려다니면 위험하다. 앞으로 중도층 선택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법원 테러를 자행한 이들을 대변하는 사람이 현재 대한민국 공당의 원내대표인데, 단순히 이재명 대표의 걱정만이 아닐 테다. 국민들은 얼마나 걱정스러울까. 급기야 권성동이 헌재 앞에서 하는 극우 집회에 나타나 ‘헌재 타도’를 외치는 꼴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과연 권성동은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 아니면 정신줄을 완전히 놓고 헌재 앞으로 달려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