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렷이 기억하는 최상목 "윤 대통령, 날 보더니 '기재부 장관' 불러...쪽지 줬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석열 대통령이 쪽지를 전달하기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라고 불렀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관련 지시 사항이 담긴 자료를 전달받은 경위를 거듭 설명하며, '최 대행에게 쪽지를 준 적 없다'는 윤 대통령의 말을 반박했다.

최 대행은 이날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증인으로 첫 출석해 윤 대통령이 건넨 쪽지에 관해 집중 질의를 받았다. 당시 쪽지에는 ▲정부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내 충분히 확보해 보고할 것 ▲국회 관련 각종 예산을 완전 차단할 것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최 대행은 쪽지를 전달받은 과정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그날 윤석열이 '상목아' 부르면서 이거(쪽지) 참고하라고 말했나"라고 묻자, 최 대행은 "(이름은 안 부르고) '기획재정부 장관'이라고 불렀다. (저는)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라며 "그 자리에서 (윤 대통령) 옆에 있는 누군가가 저에게 '참고 자료'라고 전해줬다"고 답했다.

최 대행은 '대통령이 건넨 자료면 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추 의원의 질문에 "지시라고 생각은 안 했다. 참고 자료라고 생각했다"며 "(윤 대통령이) 제 얼굴을 보고, 저한테 참고하라는 식으로 해서, 옆에 누군가가 저에게 자료를 줬는데 접힌 상태의 쪽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대행은 "그 당시에는 계엄이라고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초현실적인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최 대행은 계엄 문건임을 인지한 뒤에는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최 대행은 "그것(쪽지)을 한동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4일 오전) 1시 50분쯤, 기재부 1급 회의가 끝날 때쯤 차관보가 리마인드시켜줬다. 그때 제가 (쪽지) 내용을 위에 보니까 계엄과 관련된 문건으로 인지했다"며 "그래서 '우리는 이건 무시하기로 했으니까 덮어놓자', '무시하자'고 하고 내용을 안 봤다"고 했다.

추 의원이 "지시 문건에 담긴 내용대로 비상입법기구는 국회를 강제 해산시키고, 국회를 대처하는 기구라면 위헌적 기구 아닌가"라고 짚자, 최 대행은 "저는 그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발을 뺐다.

언론을 통해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았냐는 추 의원의 지적에도 최 대행은 "전혀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하는 내용들이다. 언론은 봤지만, 내용을 이해 못 하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