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정책 간담회 3탄 항공산업 경청회'에서 송언석 기획재정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5.02.07. ⓒ뉴스1
국민의힘이 정부의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발표를 인정하지 않는 모양새다. "대왕고래는 문재인 정부 때부터 계획을 수립한 것"이라며 전 정부 책임으로 엮는가 하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국가적 프로젝트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후속 시추 작업을 가로막지 말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왕고래 심해 가스전 시추 개발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계획을 수립하고 시추에 나서게 됐다"고 거론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자원 개발의 리스크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시추탐사 결과에 대해 사기극이니 뭐니 하는 정치적 공격은 자제하라. 정부도 용기를 잃지 않고, 나머지 동해 심해 유전구 6개소에 대해서 시추탐사 개발계획을 실행해서 국민에게 희망을 선사해 달라"고 말했다.
이상휘 의원은 "모든 것이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며 "아직 충분한 도전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동해 가스전도 11번 만에 나왔고, 남미 가이아나 유전도 13번, 노르웨이 에코피스크 유전이 23번째 시추에서 성공했었다. 대왕고래뿐만 아니라 얼마 전 확인된 '마귀상어' 유망구조까지 포함하면 대략 14곳의 유망 구조가 남아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야당 주도로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이 삭감된 점도 문제 삼았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 논평을 내 "민주당은 올해 예산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예산 497억 원을 전액 삭감하며 국가적 프로젝트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대왕고래의 잠재력을 부정하고 후속 시추 작업을 가로막는다면, 이는 정쟁의 도구로 국가적 자원을 낭비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브리핑을 통해 대왕고래 프로젝트 첫 탐사시추 결과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냈다'고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시추를 몇 번이고 더 해봐야 한다고 고집한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산유국들이 수십 번의 시추 끝에 성공을 거둔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시추공 한 개를 뚫는 데 1천억 원 넘는 예산이 든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시추 더 해보는 게 필요하다. 한 번 해봤는데 바로 나오면 산유국 안 되는 나라가 어디 있겠나"라며 "특히 자원과 관련된 부분은 좀 긴 숨을 보고 해야 한다. 당장 한 번 했는데 뭐가 안 된다고, 그냥 바로 이렇게 비판하고 그러는 거는 적절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첫 국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6.03. ⓒ뉴시스
산업부 발표 전혀 예상 못 한 듯...민망해진 '대왕고래' 홍보물
국민의힘은 전날 산업부의 발표 직후, 당혹스러운 듯 한동안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야당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실패가 예견됐다", "대국민 사기극" 등 비판 논평이 쏟아지는 동안, 국민의힘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오히려 산업부의 발표를 예측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권 위원장은 지난 3일 비대위 회의에서 "대왕고래에 이어서 동해 울릉분지 일대에서 최대 51억 7,000만 배럴의 가스 석유가 더 매장돼 있다는 용역 결과보고서가 나왔다. 현재 탐사시추가 진행 중인 대왕고래는 최대 140억 배럴의 매장을 추정하고 있어서, 동해 가스전 매장량이 총 191억 배럴을 넘게 된다"며 "국민의힘은 향후 추경 등을 통해서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복구시키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지난 5일 국민의힘 페이스북에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반드시 복구' 홍보물이 올라왔다. 국민의힘은 이 게시물에 "대한민국 미래를 삭감한 민주당은 어느 나라 정당인가"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나아가 경북 포항을 지역구로 둔 김정재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왕고래 프로젝트 성공 시 포항시가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며 "작년 12월에 시작한 1차 대왕고래 탐사시추가 최근 마무리돼 이르면 5월 결과를 발표한다고 한다. 이제 입법, 정책적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홍보했다. 김 의원이 게시물을 올린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산업부의 '대왕고래 실패' 결과가 발표됐다.
야당은 속 빈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섣불리 발표하고 밀어붙인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사과를 촉구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가가 인공지능 연구를 위해서 GPU(그래픽처리장치) 최고급 사양 3천 장을 살 수 있는 돈을 '대왕 사기 시추' 한 번 하는데 다 틀어넣은 것"이라며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성회 대변인 서면 브리핑에서 "역대 정부는 조심스럽게 사업을 추진해 왔지 국민에게 헛된 희망을 불어넣지 않았다. 최대 매장량이 '삼성전자 시총 5배'라는 식의 장밋빛 희망 고문으로 국민을 우롱하지 않았다"며 "반성하고 사과하지는 못할망정 정당한 비판을 정치적 공격으로 매도하다니 참담하다"고 밝혔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왕고래 사기극에 대한 진상규명 국정조사를 제안한다"며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더해 대국민 사기극, 혈세 낭비, 그리고 업체 유착 의혹까지 더해진 윤석열에게 이 사안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왕고래 프로젝트 좌초 발표와 동시에 관련주가 급락하며 주식시장이 흔들거리고 있다. 그럼에도 여당과 대통령실은 별다른 해명도 없이 후속 시추 작업을 시행하겠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며 "국가적 사업을 더 이상 '아니면 말고'식 도박판으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