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하승수의 직격] 주가조작 의심되는 대왕고래 사기극

6월 3일 전후 주식 이상 거래 확인 등 철저한 진상규명 필요

산업부의 동해 심해 석유 가스전 탐사시추 계획 승인한 윤석열 ⓒ뉴스1

지난 2월 6일 정부가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실토했다. 작년 6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정브리핑 1호로 발표했던 프로젝트가 허구였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주식시장도 출렁거렸다. 정부 발표 다음 날인 2월 7일 한국가스공사 등 관련 주식들의 주가는 급락했다. 한국가스공사 주식은 13.82% 급락한 3만 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 외에도 여러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10% 안팎 하락했다.

대왕고래 발표 당일 한국가스공사 주가 29.87% 폭등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인한 1차 시추비용으로 1000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단지 공적인 자금의 낭비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어떤 기업이 이런 식의 발표를 하고 그것이 허구로 드러났다면 전형적인 주가조작 의혹 사건이다. ‘희귀한 자원을 대규모로 발견했다’고 발표해서 자기 기업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들의 주가를 띄운 뒤에, ‘시추해보니 경제성이 없네요’라고 했다면 주가조작부터 의심해야 한다. 이런 식의 자원개발 발표는 주가조작의 전형적인 수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식시장이 개장되어 주식거래가 이뤄지던 와중에 이런 깜짝 발표를 했다면, 더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작년 6월 3일은 주식시장이 개장하는 월요일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주식시장이 개장된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한국가스공사 주가 폭등 ⓒ네이버페이증권 그래프

그리고 작년 6월 3일 관련 주식들의 거래량은 폭증했고, 주가는 올라갔다. 2만 9800원이던 한국가스공사 주식은 3만 8700원으로 6월 3일 하루 만에 29.87% 올랐다. 6월 20일에는 6만4500원까지 올랐다. 그런데 지금은 그 절반도 안 되게 폭락한 것이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작년 6월 3일 이전에 관련 주식을 사 뒀다가 주가가 올랐을 때 팔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주가조작의 단골 소재 ‘자원개발’


사실 주가조작의 단골 소재 중 하나가 ‘자원개발’이다. 그래서 금융당국이 자원개발을 소재로 한 주가조작에 대해 경계령을 내렸던 적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여러 주가조작 사례가 있었다. 그중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연상시키는 한 사례를 들면, 2012년 1월에 터진 씨앤케이(CNK)인터내셔널 사건이 있다.

당시에 이 회사는 아프리카 카메룬에 있는 다이아몬드 광산에 대한 개발권을 확보했는데, 이 광산의 다이아몬드 추정 매장량을 부풀린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주가를 띄워서 주가가 불과 3주 만에 5배 이상 치솟았다. 그 사이에 대표이사 등은 주식을 팔아서 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회사 대표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가 2심과 3심에서 주가조작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유죄판결(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았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은 또 있었다. 이렇게 다이아몬드 광산의 매장량을 부풀렸는데, 외교부가 이 회사를 홍보해주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정부가 주가조작을 도와준 셈이었으니 파장이 컸다.

그래서 외교부 관련자도 공범으로 기소되었지만, 그에게는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공범관계까지는 인정이 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 관련자는 이 건으로 1급에서 3급으로 강등되었다. 그리고 강등처분을 다투는 행정소송에서는 관련자가 패소했다. 강등처분이 정당하다고 확정된 것이다.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공범 관계는 증명되지 않았지만,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잘못된 정보를 홍보해 준 것은 징계 사유가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스·유전 개발 계획 발표로 석유공사 주가 폭등 ⓒ민중의소리

강등처분 취소사건에서 대법원은 ‘부정확한 내용의 보도자료 배포는 주가가 단기간 내에 급등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대표이사 등은 주식을 매도하여 거액의 이득을 얻은 반면, 급등한 주가에 위 회사의 주식 등을 취득한 일반 투자자에게는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라 ‘국가의 외교적 역량이 낭비되었고,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국가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6두38167 판결).

대통령이 직접 나선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필요


외교부 1급 공무원이 보도자료를 뿌린 것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외교적 역량이 낭비되고 국민적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었으며 국가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경우, 경제성도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해서 주가를 급등시켰다. 그리고 지금은 주가가 급락했다.

작년 6월 3일 이후 누군가는 주식거래를 통해서 이득을 얻었을 것이고, 반면에 손해를 본 투자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대통령이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직접 발표하게 됐는지, 대통령이 이런 내용을 발표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던 사람들은 얼마나 되는지, 작년 6월 3일을 전후한 관련 주식거래 중에서 이상 거래는 없는지 등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이것은 국격의 문제이고, 국가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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