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헌재에 싸움 걸며 불복 근거 쌓아가는 윤석열 측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의 탄핵심판 대리인단의 헌법재판소를 향한 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 이달 초 일부 헌법재판관들을 겨냥해 얼토당토않은 이념 공세를 가하며 재판관 회피를 주장하는가 하면, 지난 9일에는 암 투병 중인 조지호 경찰청장으로부터 받아낸 검찰의 진술조서를 채택했다는 이유로 “인권 보장에 눈과 귀를 막은 헌재”라며 헌재의 존재 이유를 들먹였다. 10일에는 헌재가 변론기일에서 자신들의 반대 신문 시간을 제한한 것을 두고, ‘재판관의 진실발견 의무 위반’이라는 황당무계한 논리를 폈다.

윤석열 측 주장대로면 윤석열이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때 직접 발탁한 정형식 재판관이 탄핵심판 사건 주심을 맡은 것은 물론, 윤석열 탄핵소추안 처리를 당론으로 반대한 국민의힘이 추천한 김복형 재판관이 심리에 참여하는 것도 회피 대상이어야 한다. 윤석열 측은 정형식의 주심 배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윤석열 측은 헌재가 주 2회 변론기일 일정을 잡은 데 대해서도 ‘졸속심리’라는 비난을 퍼붓고 있는데, 이 역시 이율배반적이다. 박근혜 탄핵심판과 비교하면 무리한 일정이 아닌 데다, 오히려 오전부터 저녁까지 진행하는 ‘종일 심리’ 횟수는 박근혜 때보다 현저히 적다. 심지어 윤석열 측 대리인 중 한 명인 배보윤 변호사는 박근혜 탄핵심판 때 헌재 공보관이었는데, 기자들에게 박근혜 측의 비슷한 주장을 일축하기도 했다.

실제 윤석열 탄핵심판이 이뤄지는 장면을 보면, 윤석열 측 주장과 판이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윤석열의 직접 신문이나 의견 진술 기회도 충분히 보장해주고 있다. 또한 윤석열 측에 불리한 증인에 대해 공격적인 신문도 하고 있다. 이는 반대로 다른 쪽에서 ‘파면 대상인 윤석열을 너무 배려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문제 삼을 만한 요소들이다. 오히려 윤석열 대리인이 사건과 관련 없는 부정선거론을 장시간 설파하다가 제지를 당하는가 하면, 윤석열 측 신청 증인의 변호인이 규정에 위배된 조언을 하다가 수차례 경고를 받았다. 재판의 공정성을 따지기에 앞서 스스로 쟁점에 벗어난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려는 불순한 의도를 돌아봐야 하는 대목이다.

형사재판이든 헌법재판이든, 사건의 당사자 측이 반대 측인 검사나 국회 측과 싸우는 건 자연스럽지만, 재판을 운영하는 법관들에게 싸움을 거는 행태는 매우 보기 드물다. 8년 전 파면된 박근혜 측도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다. 이는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의 기본원칙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가 전제돼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물론 윤석열 대리인단 구성원 모두 법률가 출신인 만큼, 무수히 많은 재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재판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다. 결국 파면을 피할 길이 없으니, 헌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해 헌재의 결정이 내려질 경우를 대비해 이에 불복할 근거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는 헌법에 대한 부정은 물론이고, 극우세력들의 또 다른 폭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상당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 지난 주말 사이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에는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헌재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거나, 사다리와 야구방망이 등을 준비했다는 글 등 헌재를 겨냥한 폭동을 모의하는 듯한 글이 다수 올라왔다. 지난달 극우세력은 윤석열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을 테러했다. 분명한 건 이러한 전대미문의 법원 테러 근저에 윤석열 인신 구속과 각종 압수수색 영장 발부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사법부를 공격해온 윤석열 측의 법치주의 부정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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