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가 11일 서울노동청 앞에서 배달의민족의 배달료 삭감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
배달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이 음식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배민)'의 배달운임 정책 변경과 광고정책 개편에 대해 '약관 갑질'이라며 정부 당국의 규제를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는 11일 서울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관으로 라이더 배달료를 깎아도, 약관으로 상점주 수수료를 마음대로 인상해도 우리는 대항할 수단이 없다"며 "'약관 갑질 규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배민은 지난달 23일 라이더 정책변경을 공지했다. 건당 기본운임이 3,000원인 바로배달(단건배달)을 종료하고, 구간배달(다건배달)로 통합하는 대신 구간배달의 기본운임을 종전 2,280원에서 2,500원으로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라이더유니온 등은 결국 기본운임이 500원 삭감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민의 배달운임 변경에 대해 "조삼모사(朝三暮四)도 아닌 '조삼모이(朝三暮二)'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번 배달운임 정책 변경이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기본운임 건당 3,000원은 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은 사안이며, 단체협약에는 약관 변경 시 조합원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했지만 이런 과정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이번 사태는 임금교섭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발생했다"면서 "장기간 존속됐고, 근로조건에도 반영된 있는 임금을 일방적으로 삭감한 것이고, 이 과정에 어떤 의견청취 과정이 있었는지 확인조차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자영업자들도 참석해 배민의 수수료 정책 변경을 비판했다. 김준형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협회 의장은 "소비자, 라이더, 업주 간 문제없이 서로 잘 굴러가던 시장에 난데없이 배달앱이 들어와서 중간에서 수수료로 30% 이상을 가져간다"면서 "배달자영업시장 업주 평균 이익률은 12.74%인데 배민 영업이익은 21%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배민은 지난달 말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는 광고상품 정책도 개편했다. 정액제 광고요금제인 '울트라콜'(월 8만원)을 오는 4월부터 순차적으로 종료하고, 중개수수료를 받는 정률제 요금제로 통합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정액제 광고를 이용할 경우, 최소 3.3%의 결제수수료만 내면 됐지만, 정액제 광고 요금제를 이용하면 최고 7.8%의 중개수수료를 내게 돼 사실상 수수료 인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준형 의장은 배민 등 배달플랫폼을 규제할 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중간에서 중개만 하는 배달앱이 책임은 지지않고 수익만 바라보니 모든 곳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사지로 몰린 라이더,수수료 때문에 올라간 음식값을 소비하는 소비자, 16시간 이상 일하면서도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업주, 더이상 배달앱의 만행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배민은 설 연휴를 앞두고 라이더의 배달료는 삭감하고, 상점주의 수수료는 인상했다"면서 "배민은 쿠팡으로부터 점유율을 추격당해 이윤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나머지 배달생태계를 더 세게 쥐어짜기로 작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배민은 민생고통의 주범"이라며 "민생을 살리려면, 배민을 규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서울을 비롯해 부산, 울산, 대전, 청주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행동으로 진행됐다. 또 경기권 비마트 앞에서도 1인 시위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