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12·3 비상조치가 왜 내려졌는지 따져 봐야 한다”면서 “국정혼란의 주범, 국가 위기의 유발자, 헌정질서 파괴자는 민주당 이재명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아 비상계엄을 했다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궤변을 그대로 국회로 가져왔다. 국민의힘이 내란세력 그 자체임을 국회에서 공언했다.
권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선포, 대통령 탄핵소추와 구속 기소까지 국가적으로 큰 위기를 겪고 있다”며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연설을 시작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납득할 수 없는 조치”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연설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을 극복할 것인지 사과와 반성의 내용은 없고 내란사태의 책임을 민주당에 떠넘기는 내용으로 가득 찼다.
그는 “왜 비상조치가 내려졌는지 한 번쯤 따져봐야 한다”면서 “29번의 연쇄 탄핵, 23번의 특검법 발의, 38번의 재의요구권 유도, 셀 수도 없는 갑질 청문회 강행, 삭감 예산안 단독 통과는 의회 독재의 기록이자, 입법 폭력의 증거이며, 헌정 파괴의 실록”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민주당이 의회주의·삼권분립·법치주의를 모두 무너뜨려 국정이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며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 재판을 받는 이 대표의 형이 확정되기 전에 국정을 파국으로 몰아 조기 대선을 유도하고, 대통령직을 차지하려는 정치적 모반”이라고까지 했다. 민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아 비상계엄을 했다는 윤석열의 궤변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윤석열은 헌재 탄핵심판에서 자신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아무리 미워도 얘기를 듣고 박수 한번 쳐주는 게 대화의 기본인데 제가 취임하고 갔더니 아예 로텐더홀에서 대통령 퇴진 시위를 하며 의사당에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의 연설을 듣던 여당 의원들은 40여분간의 연설에서 민주당이라는 단어가 44번 나올 때 박수를 쳤다. 대통령은 야당의 박수를 못 받아 계엄을 선포했다고 하더니, 여당 의원들은 윤석열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원내대표의 연설에 박수로 동의했다. 그 대통령에 그 당이다.
권 원내대표의 연설은 12.3 내란사태에 대한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이다. 내란의 원인이 민주당에 있다고 강변하면 그가 말한 대로 ‘윤석열의 납득할 수 없는 조치’가 이해된다는 말인가. 당 지도부가 윤석열을 찾아가 그의 말을 밖으로 전하고, 헌재 재판관들을 공격하고, 의원들과 주요 지자체장들까지 윤석열을 옹호하는 집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련의 상황 끝에 ‘내란의 원인은 민주당’이라는 그의 연설이 나왔다. 이쯤 되면 국민의힘은 내란세력 그 자체임을 공언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내란사태에 대한 심판은 우두머리 윤석열과 그에 동조해 군과 경찰을 움직인 이들에 대한 탄핵과 처벌로 끝낼 수 없게 됐다. 내란 감행 세력과 한 몸이 된 국민의힘에 대한 역사적 심판이 이뤄져야 진정한 내란사태 종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