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의 폭동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헌법재판소와 방송사를 목표로 한 폭동 모의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와 MBC의 내부 평면도를 공유하는가 하면, 주변을 사전답사했다며 경찰병력 및 경찰버스 배치 현황, 보안이 취약해 보이는 위치를 빨간선으로 표시해 두기도 했다. 또한 ‘13일에 헌재로 산책 가자’는 글을 올리며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에 맞춰 집단행동을 모의하는 듯한 글도 게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재명만 죽이면 되는 것 아니냐’, ‘철저히 응징하자’, ‘해 뜨면 방송국·헌재·국회 점거’ 등과 같은 과격한 표현도 발견되었으며, 일부는 헌법재판관의 가족 관계와 주소 등 신상 정보를 추적하려는 시도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황은 지난달 31일 진보당 박태훈 대학생위원회 준비위원장의 고발로 알려지게 됐다.
온라인상의 극단적 발언이 단순한 의견표출을 넘어 실제 폭력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실제 박위원장에 따르면 서부지법 폭동 하루 이틀 전부터 서부지법을 답사한 내용, 구체적으로는 “빨간(표시) 부분이 낮은 담장이다. 민원인이라고 말하면 들어갈 수 있다. 다 같이 가면 의심하니 한 명씩 들어가자.”는 식으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야구 배트를 준비해라”는 게시글까지 올라왔었다고 한다.
결국 온라인상의 글들은 모두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글들이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방치됐다는 것이며, 지금도 다음 목표물을 향한 폭동 모의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커뮤니티에서 단순한 불만 표출을 넘어 혐오와 폭력을 조장하는 발언들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23년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는 ‘강남역 화장품 매장에서 엽총 파티를 하겠다’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는 사태까지 발생했었다. 해당 글은 14명의 사상자를 낸 서현역 흉기 난동이 있던 바로 다음 날에 게시된 터라 시민들의 충격과 공포는 매우 클 수밖에 없었다. 2017년에는 선화예고 여학생 납치·성폭행을 예고해 학교가 발칵 뒤집힌 바 있었고, 2015년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조롱하는 글이 연일 게시되면서 급기야 일베 회원들의 ‘폭식투쟁’까지 벌어졌다. 당시 단식을 벌이던 유가족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치욕을 겪어야만 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의 필수 요소이지만, 그 자유가 혐오와 폭력으로 변질될 때 사회는 이를 규제할 책임이 있다. 수사 당국은 지난 시기에 그랬듯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서부지법 폭동을 모의했던 게시글 작성자와 이를 알면서도 방조한 운영진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그리고 커뮤니티 폐쇄 등 엄정히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