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2.13. ⓒ헌법재판소 제공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은 12·3 비상계엄 당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화해 미국 출장 중인지 물어 "내일 간다"고 답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당일 조 원장이 국내 부재중인 걸로 알아 홍장원 국정원 전 1차장에게 "격려 차원의 전화"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조 원장이 윤 대통령 앞에서 이를 직접 반박한 것이다.
조 원장은 이날 헌법재판소 윤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 12월 3일 20시경, 대통령경호처가 지급한 보안 휴대전화로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어디냐"고 묻자, 조 원장은 "여깁니다"라고 답했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이 "미국에 안 갔냐"고 하자, "내일 간다"고 답했다는 게 조 원장의 설명이다. 조 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미국에 가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이 같은 내용을 검찰, 경찰 조사에서도 진술했다고 전했다.
국회 탄핵소추대리인단 측은 조 원장에게 "(윤 대통령과 전화를 마치고) 5분 뒤 강의구 대통령비서실 1부속실장이 전화해 '지금 들어오라'고 하지 않았나. 윤 대통령이 5분 전 통화 때 조 원장이 미국에 있는 줄 알고 전화를 끊었다면, 강 실장이 들어오라고 하는 건 어떻게 설명이 가능한가"라고 꼬집었다.
조 원장은 "국정원장은 해외에 갔다 온 뒤에도 보안을 지켜 비밀로 남는다. 윤 대통령 외에 누구한테 보고한 바 없다"며 "부속실장이 잘못 알았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조 원장과 통화 뒤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해 '1∼2시간 이후 중요하게 할 일이 있으니 대기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조 원장이 미국에 있는 줄 알고 홍 전 차장에게 전화했다는 입장이다.
조 원장은 김형두 헌법재판관의 확인 질문에도 동일한 입장을 밝혔다. 김 재판관이 "윤 대통령이 '미국에 안 가셨어요' 물으니, 증인은 '내일 떠난다. 방금 미국 대사와 송별 만찬을 했다'고 답했나"라고 묻자, 조 원장은 "제 기억은 그렇다"고 답했다.
김 재판관이 "윤 대통령이 '알겠다' 하고 전화를 끊었나"라고 이어서 묻자, 조 원장은 "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