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 3시간 30여 분 전, 윤석열 대통령의 호출로 조지호 경찰청장과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 간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이 당시 건네받은 A4용지 문건과 관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발을 뺐다. 김 전 청장은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의 지시가 담긴 문건을 파쇄했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이 있는 자리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A4 문건을 건넸나'라는 국회 측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김 전 청장은 문건 내용에 대해 "전체적으로 기억나지는 않는다"며 "정확히 기억나는 건 '2200 국회'가 맨 앞에 있어서 기억한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은 "(김 전 장관의) 말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일종에 '참고하라'는 뉘앙스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2200 국회'라는 글자를 오후 10시까지 국회로 출동하란 의미로 받아들였냐는 질문에 "시간대로 장소가 적힌 것으로 봐서 그 시간대에 (경찰이 아닌) 계엄군이 출동할 장소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에 대한 구체적인 말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청장의 말과 달리, 국방부 양식으로 작성된 해당 문건에는 계엄 선포 뒤 경찰이 해야 할 임무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청장은 문건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하게 표현했다. 그는 "시간과 장소 몇 군데가 적힌 걸로 기억한다"면서도 "나중에 언론보도를 보고 MBC와 여론조사 기관 '꽃' 정도 기억 났다. 그 외에 정확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의장 공관 등이 적시되었냐는 물음에 김 전 청장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체포조 등 내용에 대해서도 "전혀 기억이 없다"고 했다.
계엄 직전 받은 문건을 소지하고 있냐는 질문에 김 전 청장은 "없다"며 파쇄한 상태라고 했다. '파쇄하기 전에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냐'는 물음에 김 전 청장은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문건을 갖고 있는 것이 불리하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해 파쇄한 것인지, 윤 대통령이나 김 전 장관이 파쇄를 지시해서 이행한 것인지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김 전 청장은 "평소에도 문서를 보면 스스로 파쇄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청장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문건을 유심히 보지도 않고, 바로 파기한 것이 맞냐'는 추가 질문들에는 "답 하기 곤란하다"며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