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미키17’ 봉준호 감독, “계엄 극복한 국민 자랑스러워...남은 건 법적 절차”

봉준호 신작, 최초로 사랑 이야기 나온다...오는 28일 전세계 최초 한국서 개봉

봉준호 감독이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미키17'(감독 봉준호)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전 세계 영화제를 휩쓴 영화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신작 영화 '미키17'로 돌아온 봉준호 감독이 한국에서 일어난 '계엄사태'에 대해 재차 언급했다.

봉 감독은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미키17'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계엄령 뉴스가 나왔을 때 배우 마크 러팔로가 저에게 이메일로 '괜찮냐, 안전하게 있길 바란다'고 연락을 했다"면서 "저는 걱정하지 말라고, 괜찮다고 했다"면서 운을 뗐다.

그는 "뉴스에서도 몇 차례 이야기했지만, 블랙핑크 로제 노래가 차트 몇 위까지 올라갔나 뉴스를 보는 와중에 계엄령이 터졌다"면서 "좋은 일은 음악도 영화도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모습이 계엄을 극복한 우리 시민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이라 생각한다"면서 "이미 극복됐다고 생각한다. 남은 것은 법적인 절차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번 내한 기자간담회에는 봉준호 감독,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 최두호 프로듀서 등이 참석했다.

봉 감독은 영화 '미키17'가 여타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 영화와 다른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복제인간, 클론 등은 이미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다뤄진 소재"라면서 "근데 자세히 보면 ('미키17') 원작 소설의 핵심 컨셉은 다르다. 바로 휴먼 프린팅이다. 사무실에서 프린터에 서류를 출력하듯 유기물을 재료로 사람을 출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휴먼 프린팅 컨셉 자체에 희비극과 드라마가 담겨 있다"면서 "인간은 프린팅 돼선 안 되고, 존중 받아야 하는 것이다. 거기서 이미 쓰라리면서 웃기기도 한 인간 드라마가 있어서 기존 복제 드라마와 다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여 말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은 2022년 발간된 에드워드 애시튼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 '미키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익스펜더블(소모품)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18이 프린트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봉준호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나오미 애키,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 최두호 프로듀서가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미키17'(감독 봉준호)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통해서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에 대해서 "'기생충'은 자본주의를 풍자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영화를 만들 때 그런 깃발을 꽂고 만들지 않는다"면서 "'기생충'은 지하에 사는 최우식 캐릭터(기우)의 하루가 어땠을까 생각했고, 사소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두 시간짜리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키도) 프린트 된 자기 몸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일까, 마셜에게 혼나고 얼마나 겁이 날까, 유일한 친구 티모가 깐죽거리면서 괴롭힐 때 속마음은 어떨까, 힘든 상황 속에서 나샤 때문에 버티고 있구나, 위안과 위로는 어떨까.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구체적인 여러 감정을 나누고 싶었던 것"이라면서 "자본주의에 관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런 것은 사회과학을 하시는 분들이 내시는 책에서 더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설명돼 있다. 영화는 그 틈바구니에서 숨쉬는 인간의 감정을 나눠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키17'을 보면서 사람들이 공감과 위로를 얻길 바란다"면서 "미키가 힘든 상황 속에서도 부서지지 않고 살아 남았다는 것. 불쌍한 청년인데 결국 파괴되지 않았다는 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선 봉준호 감독의 작품 중 최초로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배우 로버트 패틴슨과 함께 그 과정을 이끌어 가는 또 다른 주인공이 바로 나오미 애키다.

캐릭터 나샤를 맡은 나오미 애키는 "최고의 영웅이나 최고의 지도자들은 결국 영광이나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이 사람들이 행동을 하게 될 때 결국 다른 사람의 공감과 사랑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결국 이기게 된다"고 운을 뗐다.

그는 "나샤와 미키를 볼 때, 이 사람들이 큰 그림을 이해하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게 매력이다"라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일을 하는 거다.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니까 지키겠다고 노력하겠다는 그런 행동이 큰 눈사태를 이루고 큰 결과를 이뤄내는 것이다. 평범함이 가지고 있는 힘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스토리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나오미 애키(왼쪽부터)와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이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미키17'(감독 봉준호)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단 한 번도 악역을 맡아본 적이 없는 배우 마크 러팔로는 봉준호 감독 영화에선 악역이자 독재자를 연기했다. 독재자 마셜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특정 정치인을 연상시킨다는 평이 뒤따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마크 러팔로는 "이 인물이 과거엔 어떤 인물이었고, 무엇을 했는지, 저희가 그런 얘기를 많이 했었다"면서 "그런데 특정인을 연상시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독재자들을 오랜 세월 봐왔다. 그런 독재자들은 자기만 알고 이익만 원하고 연약한 자아상도 가지고 있고, 결국 실패하고 만다"면서 "아마도 다양한 인물이 의도적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물이 말할 때 악센트나 말하는 방식이 변화한다.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고 싶었다"면서 "사람들이 더 많은 해석을 하게 되길 바란다. 전 세계에 있는 지도자나 과거에 있던 지도자들을 연상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편 '미키 17'은 오는 28일 전 세계 최초 한국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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