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용진 전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2025.02.21.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당내 대표적인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로 꼽히는 박용진 전 의원이 21일 만났다.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은 점심 식사를 함께하며 '힘을 합치자'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 대표와 박 전 의원의 만남은 지난 22대 총선 공천 때 박 전 의원이 경선 탈락한 이후 처음으로 알려져 있다.
박 전 의원이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나게 될 날이 오나 했는데 이렇게 뵙는다"고 말하자, 이 대표는 "박용진 의원께서 힘든 상황인데도 이렇게 함께 해주셔서 고맙다"고 호응했다.
이에 박 전 의원은 "국민이 계속 걱정하는데, 걱정과 불안을 떨쳐내고 내란 추종 세력의 재집권을 저지하는 데 힘을 합쳐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가 먼저 손 내밀고 힘 합치자 말씀드리려고 왔다"며 "이렇게 자리 하자고 먼저 전화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대의명분 앞에서는 다른 사사로운 개인적인 감정은 자리해선 안 된다"며 "민주당이 국민의 요구에 복무하는 대의명분에 모든 걸 다 털고 미래로 나가고, 힘 합쳐서 민주당의 승리를 만들어내자"고 했다.
이 대표는 "당 일을 하다 보니 내 손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아 그것 때문에 저도 되게 힘들다"며 "지금은 정말 엄중한 국면 아닌가. 정치가 개인 사업이 아니고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하는 공적인 역할이니, 우리에게 주어진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 의원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박 전 의원에게 "더 큰 역할을 한 번 같이 만들어가자"며 "이 위기를 이겨내는 게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일 거 같다. 그 속에 우리 박 의원이 하실 일이 정말로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1시간 40분가량 오찬을 겸하며 비공개 회동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박 전 의원에게 "총선 과정에서 고통받은 것을 안타깝고,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이 회동 종료 뒤 기자들에게 전했다. 이 대표는 박 전 의원에게 "당내에서 큰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박 전 의원은 민주당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박 전 의원은 회동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나 "2030 세대의 국민이 볼 때는 민주당이 말과 행동이 달라 정치적·도덕적 내로남불 사례가 너무 많이 쌓여왔다. 이를 두고 '낡은 정치'라고도 말하니, 그런 면에서 세대교체가 필요하고 '586'(50대, 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 정치의 정책적인 청산이 필요하다는 제 소신도 말했다"며 "(이 대표는) 대략적으로 공감하는 거 같았다"고 밝혔다.
또한 박 전 의원은 "조기 대선이 열리면 경선 룰 등과 관련해 여러 이견을 많이 받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가 강조한 박 전 의원의 '역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다고 한다. 박 전 의원은 "지금 역할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아닌 것 같다"며 "제 역할을 제가 찾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