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깊이 개입한 물증이 공개됐다. 다름 아닌 두 사람의 육성이 담긴 통화녹음이다. 명태균 씨와 알력과 갈등 끝에 공천개입 증거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비상계엄 서둘러 선포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주진우 시사인 편집위원이 유튜브 ‘겸손은 힘들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시사인 등을 통해 공개한 내용은 이미 짐작된 내용이지만 새롭게 충격적이다. 2023년 5월 9일 윤 대통령은 명 씨에게 전화해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논의했다. 두 사람 간의 대화에는 이준석, 권성동, 윤한홍 등 지도부와 중진의 이름이 거침없이 나왔다. 명 씨가 하소연하자 윤 대통령은 알겠다고 답했다. 곧이어 김 여사가 다시 전화해 김 전 의원 공천을 거듭 확약하며 대통령 이름이 거론되지 않도록 보안도 당부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당선인이라는 공직자 신분이었고, 따라서 이는 명백한 정치활동과 공천개입으로 선거법,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윤석열 검사에게 수사를 받고 처벌받은 사례와 똑같다.
통화가 이뤄진 날은 개인에게나 국가에게나 중요하고 설레는 대통령 취임식 전날이었다. 그해 6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취임식과 같은 날 후보자를 확정 발표하기로 했다. 결국 윤 대통령 부부는 취임식 전날, 그 바쁜 와중에도 상당한 시간을 들여 명 씨와 당 지도부, 중진들과 연락하며 김 전 의원 공천을 챙긴 것이다. 기가 막히다.
짚어야 할 것은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이다.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내가 상현이한테 한 번 더 얘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하고, 명 씨도 통화에서 “윤상현도 전화해보시면 다 해주려고 하거든요”라고 거론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당시 공관위원장이 정진석 비서실장인 줄 알았다. 그 정도로 당의 공천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고 했다. 명백한 거짓말이다. 그리고 그 거짓말은 자신이 윤 의원을 통해 공천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점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윤 의원도 지금까지 진실을 덮어왔다.
국민들은 윤 의원이 내란 사태 이후 갑자기 윤석열의 호위무사가 돼 체포를 가로막고, 계엄을 강력 옹호하는 것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의 이전 행보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대선의 후보를 노린다는 말도 있었으나 공개된 통화녹음을 보면 자신이 윤 대통령 부부의 하명에 따라 김 전 의원을 공천한 의혹을 감추려는 몸부림이라는 분석이 더 합리적이다. 윤 의원은 막연하게 ‘그런 적 없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할 일이 아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대선 때부터 도움을 받고 크게 의지하며 ‘선생님’이라 호칭한 명 씨에게 굳이 여러 차례 허언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김 전 의원이 연고지도 아닌 경남 안방에서 공천을 받아 당선된 사실이 강력한 증거가 아닌가. 괜히 고성을 지르고 소란을 피우며 눈길을 돌리려는 짓을 그만두고 국민의 의혹에 성실하고 겸손하게 소명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내란동조당에 이어 공천개입 은폐당이 되지 않으려면 결자해지의 자세로 명태균 특검을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