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이 지면을 통해 기생충 교수로 널리 알려진 단국대 서민 교수와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서민의 논리가 하도 허접해서 그 논쟁을 다시 소개할 생각은 없는데 하나만 되짚어 보려 한다.
그때 서민이 내 칼럼을 보고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를 비난하면서 ‘#이래서진보탈출은지능순’이라고 해시태그를 달았다. 내가 그때 그걸 보고 얼마나 낄낄댔는지 모른다. 서민 주장은 똑똑한 사람일수록 진보에서 빨리 탈출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 네 말이 100% 옳다고 생각하고 따져보자. 서민은 1967년생이다. 그는 자기 입으로 조국 사태에 실망해서 진보에서 보수로 전향했다고 했다. 조국 사태가 벌어진 것은 2019년이다. 즉 서민은 52세에 진보를 탈출했다는 이야기다.
아니, 진보 탈출은 지능순이라매? 그런데 너는 왜 52세나 돼서야 탈출을 감행하셨대? 52세까지는 열라 멍청하게 살다가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겨우 진보를 탈출했으면 그 지능을 갖춘 머리는 거의 대가리 수준 아니냐?
40세에 비로소 계몽된 김계리
지난달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심판 최종변론의 하이라이트는 윤석열 본인이 아니라 그를 대리한 김계리 변호사였다. 김계리는 최종변론에서 “제가 임신·출산·육아를 하느라 몰랐던 더불어민주당이 저지른 패악을 확인하고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나눠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저는 계몽됐습니다”라고 비장하게 말했다.
이게 엄청난 화제를 모은 모양이다. 나도 그 대목에서 “푸핫” 하고 터져버렸으니 충분히 화제를 모을 만했다. 가스통들 사이에서 김계리는 떠오르는 신진 전사로 추앙받는단다.
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에 출석해 변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5.02.25. ⓒ뉴시스
내가 이 칼럼에서 종종 이야기하지만 나는 사상이 다른 사람과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도 논리가 엉망진창인 사람과는 절대 대화가 안 된다. 내가 김계리 발언에 터진 이유는 지 스스로 “계몽됐다”는 고백을 너무 진지하게 했기 때문이다.
자, 다시 한번 김계리의 말이 100% 옳다고 가정하고 따져보자. 김계리는 1984년생이다.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킨 게 작년이니 그의 나이 40세 때 일이다. 그렇다면 김계리는 40세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빡대가리로 살다가 윤석열이 군인들 시켜서 총 들고 국회를 짓밟자 그제야 현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한 꼴이다.
네 말이 다 옳고, 더불어민주당이 온갖 패악을 다 저질렀다고 치자. 그러면 40세까지는 그걸 왜 몰랐대? 40세까지 빡대가리로 산 게 자랑이냐? 김계리 말이 “임신·출산·육아를 하느라 몰랐”단다. 김계리가 2023년 12월 아이를 출산했으니 대충 2023년 초부터 바빠서 세상일을 몰랐다 쳐보자.
그러면 2022년에는 뭐 하며 살았기에 아무것도 몰랐대? 2021년에는? 그때는 더불어민주당이 없었대? 혹시 좌파가 언론을 장악해서 아무것도 몰랐다고 헛소리하지 마라. 그때도 가스통 꼴통들 유튜브 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계엄령을 통해 비로소 계몽됐다는 것도 웃기다. 노력하면 원하는 지식을 다 얻을 수 있는 시대에 김계리 머리에는 뭐가 들었기에 군인들이 총 들고 국회에 들어와야 계몽이 된단 말인가? 그 머리로 변호사는 어떻게 됐대? 그 머리는 누가 옆에서 총 들고 “형법 1장 외워!” 이래야 암기가 되는 특수 기능을 장착한 머리냐?
계몽된 게 자랑인 자들
계몽(啓蒙)이란 ‘어리석음을 일깨운다’라는 뜻의 단어다. 열 계(啓)와 어두울 몽(蒙), 즉 계몽이 됐다 함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상태가 어리석었고 어두웠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김계리나 가스통들이 “우리는 계몽됐다” 이러고 있는 게 진짜 웃겨 죽겠다. 2024년 12월 2일 이전까지 자신들이 얼마나 어리석었고 무식했는지 고해성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같으면 그 나이까지 무식한 채로 살았다는 사실이 창피해서 쥐구멍을 찾을 것 같은데 얘들은 그게 자랑인 줄 안다. 52세에 진보를 탈출하고 “이래서 진보 탈출은 지능순”을 외치는 서민과 뇌 구조가 유사하다.
그래서 계몽은 그렇게 쉽게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누가 누구를 계몽시켰다고 말하는 것이 매우 무례하기 때문이다. <계몽사>라는 옛 출판사가 주로 어린이 세계 명작 류의 책을 출간한 이유도 이것이다. 다 큰 성인보고 “넌 우리 책 보고 계몽이 좀 돼야 해” 이러면 그걸 유쾌하게 받아들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계몽이 역사적으로 주목받은 때는 17, 18세기 유럽에서였다. 이때는 가히 계몽이라는 단어를 쓸 만한 계몽의 시대가 진짜 열렸다. 왜냐하면 이전까지 인류 사회의 중심은 신이었으나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신의 자리를 이성이 대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몽은 근본적으로 인간 사회의 진보를 지향한다. 미신이 아니라 과학을, 권위주의가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왕과 귀족의 특권보다는 평등한 인권과 권리를 지향했다. 계몽주의의 핵심은 인간의 이성이 사회의 변화를 끌어내는 지적 기준이 됐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칭 계몽령의 수장인 윤석열은 이성이 아니라 점쟁이의 말을 철석같이 믿는다. 법원이 이미 어림도 없는 주장이라고 확정판결까지 낸 부정선거 음모론을 신봉한다. “트럼프가 윤석열을 구원해 줄 것이다”라고 떠든다. “전광훈이 광고하는 알뜰폰에 가입해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런 애들에게 과학이 무슨 소용이냐? 얘들 머리로는 F=MA부터 이해 못 할 것이다. 아, 이것도 본인 스스로는 당연히 이해 못 하고 옆에서 군인들이 총을 든 채 “F=MA도 몰라? 뉴턴의 운동 제2 법칙이잖아!”라고 계몽해야 암기가 되려나?
아무튼 나이 마흔에 겨우 계몽이 되신 김계리 님, 열라 콩글레출레이션이다. 나이 52세에 지능 순서대로 겨우 진보를 탈출하신 기생충 서민과 함께 둘이서 알콩달콩 행복한 세상 맞으시길 바란다. 혹시 그 머리로 세상일이 잘 이해가 안 돼 힘든 일이 생기면 서민보고 총 좀 들고 위협해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그런데 그래야 돌아가는 머리로 변호사 일은 어찌 해나가는지 궁금하기는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