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세계관 갇힌 국힘의 '사전투표 폐지법', 현실성 없는 이유

'본투표 3일로 늘리자?' 투표 신뢰성·참여율 보장 못해...음모론 기반 법안에 선관위도 난색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 지난달 22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시청 앞 보라매공원에서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한 국가비상기도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자료사진) 2025.02.22. ⓒ뉴시스

'음모론' 비판에도 부정선거론을 확대 재생산해 온 국민의힘이 급기야 '사전투표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사전투표일과 본투표일 사이의 간격이 길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사전투표 절차의 신뢰성을 깎아왔다.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은 앞장서 키웠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장동혁(재선, 충남 보령시서천군) 의원은 4일 오전 사전투표제를 폐지하고, 본투표일을 사흘로 늘리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같은 당 조배숙(5선), 김태호·박덕흠(4선), 구자근·유상범·서범수(재선), 곽규택·인요한·박준태(초선) 의원 등이 해당 법안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장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 제도적인 결함과 함께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부실까지 더해지면서 사전투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사전투표제를 폐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부재자 투표로 이를 보완하고, 본투표일을 연장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며 "기존의 수요일에 치러지던 본투표를 사전투표와 같이 주말로 옮겨 금·토·일 3일 동안 치르도록 하면 투표율 상승도 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표 관리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와 의혹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는 사전투표 폐지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이미 지난해 7월 "사전투표를 둘러싼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며 부재자 투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사전투표제 폐지법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나경원·성일종 의원 등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전투표를 없애고 대신에 본투표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전투표 폐지 주장에 관한 당내 의견을 종합적으로 청취할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전투표와 관련한 여러 논란이 많다"며 "본투표일을 2일 줄 것이냐 3일 줄 것이냐, 사전투표와 본투표 사이의 간격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어 종합적으로 의원총회를 열거나 해서 당 의견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인근 '탄핵 각하 촉구' 집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부정선거' 피켓을 든 모습. (자료사진) ⓒ뉴시스

현실성·필요성 모두 의문...음모론 '확신'만 키워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전투표제 폐지 가능성은 떨어진다. 사전투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부정선거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대법원에서 이미 여러 차례 부정선거 가능성을 일축했음에도 일각의 음모론을 기반으로 법안을 발의한 것 자체로 객관성이 부족하다.

장 의원은 "사전투표를 개정하자고 하는 건 부정선거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미 탄핵심판 국면에서 윤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을 국회 논의의 장으로 끌고 왔다. 윤 대통령 측이 "투표용지 위조" 등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을 공론화할 때, 이를 적극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다. 결국 '음모론 확산' 연장선에서 국민의힘의 '사전투표 폐지' 입법이 나온 수순이다.

필요성도 의문이다. 사전투표제는 지역구와 상관없이 전국 어디서든 투표하도록 유권자의 편의를 위해 도입했다. 국민의힘이 '부활시키자'는 부재자 투표 제도는 지난 2014년 사전투표제 도입으로 폐지됐다. 선거일에 투표소에 갈 수 없는 유권자에게 투표 참여 기회를 주기 위한 장치였으나 '부재자 신고 및 투표소 방문 방식' 등 절차가 번거로워 투표율이 낮은 문제점이 있었다.

아울러 단순히 본투표일 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투표의 신뢰성을 높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본투표일을 장 의원의 주장대로 기존 하루에서 금·토·일요일 사흘로 늘렸을 경우, 금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시 오히려 연휴가 돼 투표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전국 어디에서나 편하게 투표할 수 있는 사전투표와 달리, 본투표는 주소지로 가서 투표해야 하므로 편의성이 떨어진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는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국민 모두에게 설명할 수 있는 조사, 증명이 있어야 한다"며 "유권자들이 보다 편하게 자신의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게 사전투표 제도인데 풍문이나 가짜뉴스 같은 음모론에 기반해 '제도 폐지' 법안을 발의하는 거 자체가 국회의원으로서 할 도리는 아니다. 국민의 대표자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앙선관위는 "선거의 모든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며 사전투표에 따른 부정선거 주장을 줄곧 반박해 왔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전투표제 폐지 법안 발의에 특별히 말할 의견은 없다. 제도는 국회에서 결정할 문제"면서도 "사전투표제에 부정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상상력을 동원한 부정선거 주장이 나오는데, 사전투표를 연관 짓는 것 역시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야당 역시 사전투표 폐지에 비판적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음모론 위에 보수 진영이 얹혀있는 것 자체가 보수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선관위 채용 비리 의혹'을 끌어와 사전선거제 폐지 당위성을 피력하지만, 야당의 동의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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