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와 기도회 빙자해 키워온 극우정치집회 ‘세이브 코리아’

보수교단 대거 참여한 ‘거룩한 방파제’·‘10.27 연합예배’ 이름만 바꿔 윤석열 탄핵반대 집회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가 3월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여의대로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탄핵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극우개신교 세력 가운데 여의도를 중심으로 ‘세이브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정치인들도 전광훈이 이끄는 광화문 집회보다 손현보 목사 등이 주도하는 여의도 집회에 주로 참여하고 있다.

더구나 ‘세이브 코리아’ 여의도 집회는 지난해 보수교단과 보수적 성향의 연합단체들이 대거 참여해 조직한 ‘거룩한 방파제 국민통합대회’와 ‘10.27 한국교회 2백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를 주도했던 이들이 그대로 참여하고 있다. 예배와 기도회를 빙자해 주요 보수교단이 참여하는 등 세력을 모은 뒤 이름만 바꾸고 윤석열 탄핵반대 집회를 하는 것이어서 일반 개신교 신자들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력은 전광훈 이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6월 거룩한 방파제 대회
10월 10.27연합예배
사무총장 맡았던
세이브코리아 준비위원장
홍호수 목사 표창한 한교총


윤석열 12.3 내란 이틀 뒤인 지난 12월 5일 개신교 최대 연합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은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와 ‘10.27 한국교회 2백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사무총장을 맡아 집회 실무를 주도한 홍호수 목사에게 표창패를 수여했다. 홍 목사는 자유통일당 전신인 기독자유통일당 사무총장을 맡아 극우개신교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뛰어왔던 인물이다. 홍 목사는 표창패 수상 한 달 뒤 출범한 ‘세이브 코리아’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세이브 코리아’가 주최하는 극우집회를 홍보하고 있다. 사실상 한국교회총연합이 윤석열 탄핵반대 집회에 힘을 실어준 꼴이 된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기 위해 공포심을 활용했다. 동성애, 차별금지법 등 이른바 ‘성혁명’의 물결이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기에 한국 개신교회가 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다짐을 담아 붙인 이름이 바로 ‘거룩한 방파제’다.

지난해 6월 1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린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 홈페이지

보수개신교가 중심이 돼 지난 2010년대 중반부터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저지하겠다면서 열어왔던 기자회견을 비롯한 여러 활동이 지난 2023년부터 ‘거룩한 방파제’로 이어졌다. 전국을 돌면서 순례에 나섰고, 지난해 6월 1일엔 서울 대한문 앞 일대에서 대규모 인원이 모여 ‘거룩한 방파제 국민통합대회’를 열었다.

“동성애 독재를 막는
자유민주주의 수호”
주장하며 정치집회


이들은 동성애 반대, 차별금지법 저지를 한국교회는 물론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이라 주장한다. 이날 대회에서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반헌법적, 반민주적, 미래세대를 오염 파괴시키는 성혁명,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선량한 성윤리를 지지하고, 동성애 독재를 막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모든 깨어난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저항하고 싸울 것임을 천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통합국민대회 대회장을 맡은 오정호 목사도 설교를 통해 동성애 반대, 차별금지법 저지가 안보 문제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오 목사는 “대한민국의 안보는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손에 있다. 기도하는 우리가 대한민국 안보의 역군들이다. 우리의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내자. 하나님을 경외할 때, 하나님을 예배하는 민족을 주님이 붙잡으시고, 약속하신 놀라우신 복을 충만히 부어주실 줄 믿는다”고 말했다.

개신교 주요교단이
힘 실어 준 10.27 조직
고스란히 세이브 코리아로


이런 흐름은 10월 27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악법저지를 위한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로 이어졌다. 동성혼과 차별금지법을 반대를 주장한 대회엔 보수성향의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한국교회연합회(한교연)은 물론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소속 합동·통합·백석·고신·대신·백석 등 주요교단들이 총회를 통해 예배 참가를 공식 의결했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조직위 대표를 맡는 등 이른바 대형교회들까지 신도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지난해 10월 27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세이브 코리아 집회를 이끄는 손현보 목사도 참여를 독려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손 목사는 예배 설교를 통해 “영국이나 독일과 같은 기독교 국가도 교회를 죽이는 반성경적인 법들을 막지 못하니 기독교인 비율이 1%대가 됐다”면서 “대한민국처럼 기독교 국가도 아닌 나라에 오염수가 들어와서 교회의 생태계가 파괴되면 끝난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악법들을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사실상 예배를 빙자한 정치집회라는 비판이 개신교계 내부에서도 나왔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예수교 장로회 대다수의 교단이 총회 차원에서 참석을 결정한 10월 27일 광화문 집회는 예배와 기도회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그 목적이 악법 저지라는 정치적 이슈이고 장소 또한 광화문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 곳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정치집회의 성격이 강한 모임”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이 나오자 이들은 10.27행사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시 대회 기획·운영위원장을 맡은 주연종 목사는 “정치색은 완전히 배제되고 정치인 등단도 하지 않고 초청한 분도 없다”며 순수 신앙집회라고 주장했다.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이들은 정치 논란이 없었다고 자평했다.

대한민국의 반역자들에
맞서 나가야 할 것”이라는
세이브 코리아
예배와 기도 그리고
신앙을 빙자한
극우정치활동 본격화


하지만, 세이브 코리아가 출범하면서 이런 약속은 무너졌다. 세이브코리아는 취지문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은 헌정질서의 붕괴라는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거대 야당이 장악한 국회는 행정부를 마비시켜 국가적 대혼란을 초래했고, ‘삼권분립’이라는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공화국의 원칙을 무너뜨렸다”며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법치를 유린하는 대한민국의 반역자들에 맞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12.3 내란 이후 10.27행사 실행위원장이었던 손현보 목사가 대표를 맡는 등 10.27행사를 주도한 이들이 세이브 코리아에 고스란히 참여했다. 지난 1월 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세이브 코리아 출범 관련 기자간담회에서도 세이브 코리아 비상기도회가 지난해 10월 열린 ‘10.27 한국교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기획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세이브 코리아 집회에서 연일 무대에 오르며 주목받고 있는 전한길 강사도 10.27행사를 홍보하며 세이브코리아와 인연을 맺었다. 전한길 강사는 자신의 유튜브에 10.27을 앞두고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며 행사를 홍보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이후에도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를 반대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계속 올렸고, 12.3 내란 이후엔 계엄 옹호, 부정선거 주장까지 하면서 극우발언으로 이어졌다.

예배와 기도 그리고 신앙을 빙자해 극우정치 집회를 여는 세이브 코리아의 행보는 앞으로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윤석열 탄핵이 헌재에서 인용되면 오는 5월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된다. 거룩한 방파제는 올해도 국토순례와 기도회 등을 열 예정이어서 조기 대선과 맞물려 활동이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개신교 주요교단 등이 이번에도 10.27행사처럼 이런 행보에 대대적으로 참여한다면 종교를 앞세워 극우정치 활동을 돕고, 대선에 개입한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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