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영화리뷰] 대위기를 이겨낼 가장 빛나는 해답을 담다, ‘플로우’

제97회 아카데미, 제82회 골든글로브서 ‘장편애니메이션’ 수상 작품...오는 19일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플로우' ⓒ스틸컷 이미지


올해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과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이 있다. 바로 라트비아 출신인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이 만든 '플로우'다. 애니메이션 '플로우'는 라트비아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 자국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2019)으로 한국 영화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듯 말이다.

'플로우' 줄거리는 정말 단순하다. 인간에 대한 흔적만 남은 곳에 대홍수가 일어난다. 세상을 덮어버린 홍수 속에서 각종 동물들은 낡은 배에 올라타게 된다. 그리고 이 동물들은 함께 항해를 한다. 배에 탑승한 동물들은 고양이, 골든 리트리버, 카피바라, 여우원숭이, 뱀잡이수리 등이다. 종도 성질도 전혀 다른 동물군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85분간 상영 내내 인간에 대한 소리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즉 대사가 전혀 없다. 각 동물들의 소리만 등장할 뿐이다. 또한 감독은 동물들을 의인화시키기 보다(감독의 말대로 약간의 예술적 허용이 있긴 하지만) 동물들의 본래 모습과 행동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이처럼 작품은 대홍수로 발가벗겨진 원시적인 자연 속에서 가장 본능적인 동물의 모습을 담아냈다. 그런데 참 신기했다. 동물들의 모험을 지켜보는 내내 인간의 모습을 지울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우선 고양이는 다른 동물들과 섞이기 싫어하고 혼자 있으려고 한다. 골든 리트리버는 다른 친구들을 해맑게 쫓아다니고, 꼬리를 흔들기도 하며, 마냥 구김이 없다. 여우원숭이는 세상이 물에 잠겼는데도 물질적인 욕망을 내려놓지 못한다. 바구니에 별의 별 물건들을 챙겨둔다. 카피바라는 늘 평화롭고, 뱀잡이수리는 무리에서 배척된 상황이다. 날개도 심하게 다쳤다.

그런 동물들은 대홍수라는 위기 속에서 가장 빛나는 방법을 향해 나아간다. 다른 동물에게 별 관심이 없고 늘 뚝 떨어져 있던 고양이는 잡은 생선을 다른 동물들과 나누어 먹는다. 또한 고양이는 늘 위기를 피해 위쪽으로 달아나기 바빴지만, 다시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온다. 호기심이 많아 무언갈 쫓아다니기 바빴던 리트리버에게도 변화가 찾아오고, 물질에 눈이 먼 원숭이에게도 변화가 포착된다.

동물들이 빚어내는 예상치 못한 조합과 좌충우돌은 마음을 따뜻하게 적신다. 또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위기 상황도 자주 등장한다. 형언할 수 없는 환상과 신비로움은 애니메이션이 줄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야 말로 '플로우'는 버라이어티하다. 종국적으로 '플로우'는 대홍수라는 거대 위기 속에서 상생과 공존으로 삶을 이어 나가는 풍경을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신비롭게 그려냈다. 오는 3월 19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애니메이션 '플로우' ⓒ스틸컷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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