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9.18 ⓒ대통령실 제공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해 법원이 구속취소 결정을 내린 것도 충격적인데, 검찰이 형사소송법상 보장된 즉시항고도 하지 않고 윤석열을 풀어줬다.
윤석열은 마치 개선장군처럼 행세하면서 구치소를 나왔다. 앞으로 자유의 몸이 된 내란 우두머리가 일으킬 혼란이 걱정되는 국민들은 편히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이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이 있는 심우정 검찰총장이 사퇴 의사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무책임한 검찰총장은 처음 본다.
심우정의 늑장기소가 현 사태의 일차 원인
이번 내란 사태가 터지자 심우정 검찰총장은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다. 본래 특별수사본부가 구성되면, 검찰총장도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대검찰청 예규인 「특별수사·감찰본부 설치ㆍ운영지침」에 따르면 특별수사본부장은 독립하여 직무를 수행하도록 되어 있고, 검찰총장도 함부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
대검찰청 예규인 특별수사·감찰본부 설치 운영지침
대검찰청 예규인 특별수사·감찰본부 설치 운영지침 ⓒ대검찰청 예규
그런데 이번 특별수사본부는 ‘특별’하지도 않았고, 독립적이지도 않았다. 중요한 의사결정은 심우정 검찰총장이 직접 관장하다시피 했다. 심우정이 특별히 개입하기 위해 만든 특별수사본부처럼 보이는 것이다.
윤석열을 늑장 기소하게 된 것도 심우정 검찰총장 때문이다. 법원에 의해 구속기간 연장이 불허됐을 때 곧바로 기소했다면, 구속기간에 대한 논란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심우정 검찰총장은 1월 26일 전국검사장회의를 소집해서 시간을 끌었다. 그날 아침에 기소만 했어도 구속기간 논란은 피할 수 있었다.
이번에 나온 법원의 법적 판단에도 의문이 많지만, 어쨌든 기소를 더 빨리할 수 있었는데도 기소시점을 늦춘 책임은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있다. 그것도 잡범에 대한 기소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파괴한 내란 우두머리에 대한 기소였는데 말이다.
윤석열을 풀어주기로 작정한 듯
또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특별수사본부는 이번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심우정 검찰총장이 특별수사본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석방지휘를 했다는 것이다.
그 경위에 대해서는 나중에 정권이 바뀌면 수사나 감찰이 필요할 것이다. 대검찰청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했다는 취지로 얘기하지만, 평소 검찰의 행태로 보면 당연히 즉시항고를 했어야 한다.
법원의 구속 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03.08. ⓒ뉴스1
법원의 결정이 자기들 마음에 안 들면 법원의 결정에 대해 또박또박 문제 제기한 것이 평소 검찰의 행태이다. 필자가 제기한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소송에서도 또박또박 항소와 상고를 하면서 최대한 시간을 끌었던 것이 검찰의 행태이다. 심지어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다시 정보를 비공개해서 지금도 2건의 검찰총장 상대 정보공개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내란수괴 윤석열의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서만 유독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것도 단지 1심 법원의 결정일 뿐이고, 기존의 법해석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그런데도 즉시항고를 포기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행태이다. 윤석열을 풀어주려고 작정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우정은 역사의 죄인, 사퇴해야
한 나라의 헌법질서를 파괴하려고 한 내란의 우두머리를 이렇게 쉽게 풀어주는 검찰총장이 존재할 수 있을까? 게다가 본인이 늑장 기소를 결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면, 상급법원에 불복해서 다퉈보는 것이 정상적인 태도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즉시항고 포기와 함께 검찰총장 자리에서 즉시 물러났어야 한다. 사퇴한다고 해서 그가 지은 역사적 과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퇴라도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그런데 내란수괴를 풀어주고 본인의 자리도 유지하겠다는 것은 너무나 뻔뻔한 모습이다. 그리고 본인이 몸담고 있는 검찰조직을 철저하게 망가뜨리는 일이다.
사형과 무기징역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을 정도로 무거운 범죄인 내란죄의 우두머리를 구속기간 계산을 잘못해서 풀어주는 검찰, 그리고 그런 사태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검찰이 과연 존속 가능할 것인가?
그리고 풀려난 윤석열로 인해 초래될 사회적 혼란과 국가적 손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점에서 심우정 검찰총장은 역사의 죄인이다. 그는 국민 앞에 사죄하고 즉시 사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