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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감표명 한 마디 없었던 윤, 이제 '관저정치'까지

법원의 구속취소로 풀려난 윤석열 대통령이 관저에서 여당 지도부를 만난 사실이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9일 오후 관저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와 만나 30분가량 차를 마시며 담소했다고 한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두 사람을 중심으로 '당을 잘 운영해줘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또 구치소에서의 여러 가지 소회도 이야기했다고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탄핵 소추를 당하고 구속에 이르기까지 권영세 비대위원장이나 권선동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다. 당의 '투톱'이 윤 대통령을 만나면 계엄을 옹호하는 것이 당의 공식입장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석방되자 당의 '투톱'이 관저를 찾은 것이다. 이번에는 인간적 도리니 개인 자격이니 하는 망토도 두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석방 당일인 8일에는 관저에서 정진석 비서실장 등 용산 참모진과 저녁 식사를 했고 9일에도 오찬을 했다고 한다. 나경원·윤상현 의원 등 자신을 강하게 옹호했던 정치인들과 전화통화도 했다.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을 만나 참모진들이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그런데도 국가 공무원의 신분인 용산 참모들이 관저를 드나들고 심지어 헌재와 재판부에 대해 토를 다는 모습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8일 서울구치소를 나오면서 지지자들을 향해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수사 절차에 논란이 빚어져 석방된 자가 마치 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된 것처럼 의기양양했다. "교도소는 대통령이 가도 배울 게 많은 곳"이라며 '양심수' 흉내를 낸 건 어이가 없는 짓이었다. 그런 자가 관저로 돌아와 여당의 지도부를 만나고 대통령실 인사들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은 국민의 화를 돋울 뿐이다.

헌정 질서를 짓밟은 계엄과 내란에 대해 비굴한 거짓말로 일관했던 대통령은 거리의 극우파 시위대의 등에 업혀 기력을 회복했고, 이제는 여당과 관료 조직을 다시 장악하려 한다. 윤 대통령의 관저정치는 정확히 탄핵 심판에 대한 불복을 예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금껏 자신의 행위에 대해 사과하거나 사법부의 심판에 승복하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다. 이런 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여당과 일부 고위공무원들의 행태는 명백한 내란 동조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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