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윤석열 구속취소 빌미로 공수처 수사 정당성 훼손해선 안 된다

보수진영이 ‘내란범’ 윤석열에 대한 사법부의 구속취소 결정을 빌미로 수사 주체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흔들기에 더욱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10일 오동운 공수처장을 ‘대통령 불법체포’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권한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내란몰이에 의해 자행된 불법, 위법 수사 전반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말했다. 적폐 운운하며 공수처 폐지론까지 폈다. 심지어 윤석열의 계엄 선포를 반헌법적이라고 규정하고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유승민 전 의원조차 공수처의 무리한 수사를 언급하며 이러한 대열에 올라탔다.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는 내란 혐의 피의자인 윤석열의 구속취소 청구 사건에서 그동안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제도 도입 이후에 아무런 법적 제약이 없었던 구속 피의자 기소 시점 산정 기준과 관련해 형식논리를 넘어 아예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법조계는 물론 국민 대다수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검찰에 즉시항고를 촉구했다. 그러나 검찰이 항고를 포기함에 따라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기회마저 날아갔다. 따라서 법원 판단의 적절성은 국민적 동의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사법적으로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단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권영세 비대위원장의 ‘내란몰이’ 운운 등 보수진영이 공수처 수사를 겨냥해 공세 수위를 높이는 건 윤석열의 위법·위헌적인 내란 범죄를 정당화하는 비상식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를 점거해 입법부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장면이 전국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중계됐고, 여야 대표와 국회의장, 국회의원 체포를 시도한 사실과 선관위를 장악해 실체도 없는 부정선거 사건을 억지로 만들려고 한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지 않았는가. 이렇게 명백히 눈으로 확인된 내란을 ‘내란몰이’라고 명명해 정치공세의 일환으로 치부하는 여당 대표자의 말은 경악스럽기 짝이 없다.

백번 양보해 법원의 판단을 형식논리로 보더라도, 보수진영이 공수처 수사를 문제 삼을 수 있는 근거는 전무하다. 첫째로, 법원이 밝힌 구속취소 청구 인용 사유는 ‘기소’ 시점에 관한 것이지, 공수처의 ‘수사’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법원이 문제 삼은 기소의 주체인 ‘검찰’이 아닌 ‘공수처’를 공격하는 건 사리에 전혀 맞지 않다. 둘째, 일각에서 법원이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부정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법원이 인용 사유에서 언급한 건 윤석열 측 주장과 해당 주장과 관련한 법령상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법적 공백 상태를 설명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윤석열 측이 주장한 공수처의 영장쇼핑이나 허위 공문 발송 등에 대해서는 법원이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 사실상 윤석열 측 청구를 각하한 셈이다.

국민의힘을 필두로 한 보수진영이 이러한 실상을 호도하고 공수처 수사의 정당성을 깎아내림으로써 얻게 될 효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윤석열 내란을 옹호하며 폭동을 일삼고 있는 극우세력의 폭력적 만행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이는 그동안 일궈온 민주헌정체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일 뿐 아니라 종국엔 단죄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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