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한인임의 일터안녕] 폭염관련 시행규칙 마련에 아쉬움을 보태며

광장에서의 열기가 화끈 달아올랐다. 내란죄를 저지른 대통령을 구속상태에서 구제한, 이해하기 어려운 재판부의 판단이 국민을 갈등과 상호혐오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러나 기후위기는 지나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뚜렷이 위협적이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특히 한국에서는 더욱 무력하게 느껴진다. 이런 와중에 올해 여름은 4월부터 시작될 것이고 더 뜨거울 것이라는 기상학자들의 전망은 전투를 치러야 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마침 다행히도 최근 고용노동부에서는 폭염 관련 사업장 안전보건의무를 ‘가이드’ 정도로 제시하고 있었던 수준에서 한 발 나아가 시행규칙으로 입법예고를 한 바 있어 눈길을 끈다.

주요 내용은 폭염의 정의를 마련하고 노동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이다. 폭염을 ‘근로자에게 열경련·열탈진 또는 열사병 등의 건강장해를 유발할 수 있는 더운 온도의 기상현상으로 규정’하였으며 폭염작업은 ‘폭염으로 인해 체감온도 31℃ 이상이 되는 작업장소에서 장시간 작업하는 경우로 규정’하였다. 우선 폭염이 노동자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선행연구에서 폭염은 뇌심혈관계 질환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노동자 직업성 질병 사망원인 1위가 바로 뇌심혈관계질환인 점을 고려하면 폭염의 영향을 열사병 정도로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체감온도(기온, 습구온도, 상대습도를 고려한 산식) 31℃ 이상에서의 장시간 노동이라는 개념도 모호하다. 장시간 노동은 얼마의 노동을 얘기하는지 구체적이지 않다. 이는 향후 사업장 안에서 새로운 노사 간의 갈등을 유발하거나 노동자 보호와는 무관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2일 폭염 속에서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2023.08.02 ⓒ민중의소리

사업주가 폭염작업에 노출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우선 ▶ 적절한 온도·습도 조절장치의 설치 ▶ 작업시간대의 조정 ▶ 적절한 휴식시간 부여 중 하나의 조치를 하도록 규정했다. 이도 좀 애매하다. 작업시간대를 어떻게 조정하여야 하며 적절한 휴식시간은 도대체 얼마인지에 대한 명시가 없다는 점 또한 갈등의 소지가 있다. 두 번째는 작업장소에 온도계 등을 상시 비치하도록 하였고 세 번째는 온열질환의 증상 및 예방 방법, 응급조치 요령 등을 알려야 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네 번째는 기록 및 보관이다. 다섯 번째는 응급상태로 의심되는 경우 관할 소방관서에 신고하도록 규정하였으며 여섯 번째는 첫 번째와 다를 바 없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일곱 번째가 중요한데 체감온도 33℃ 이상인 작업장소에서 폭염작업을 하는 경우 매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1시간 노동시간 중 10분 휴식정도가 가능한 기준으로 체감온도가 무려 33℃를 넘어야 가능하다는 의미로 앞의 31℃에서의 휴식시간을 크게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이 이러한 기준은 그간 고용노동부에서 ‘가이드’로 제시되어 왔던 수준의 내용에서 오히려 후퇴한 측면이 없지 않다. 기존의 가이드에서는 ‘폭염주의보 발령 시 1시간마다 10분 휴식을, 폭염경보 발생시 15분씩 휴식을 취하고 무더위 시간대인 14시~17시에는 옥외작업을 피할 것을 권고’하는 등의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시행규칙이니 앞으로 계속 주시하면서 개정해 나가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을 수 있다. 그나마 가이드에서 시행규칙으로 격상한 게 다행이라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나간 가이드 내용보다 못한 시행규칙으로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아쉽고 또 아쉬운 일이다. 4월부터가 아니라 3월부터 후끈 달아오른 광장의 무더위가 하루 빨리 식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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