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 기자간담회가 11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렸다. ⓒ민중의소리
얼마 전 종방한 tvN 드라마 '정년이'가 여성국극을 대중적으로 알린 가운데 '정년이'의 실제 주인공인 1세대 여성국극인 조영숙 명인이 "여성국극은 꼭 지켜야 할 한국의 예술"이라면서 "없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발탈 보유자인 조영숙 명인은 11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이하 여성국극)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여성국극을 햇수로 딱 75년 했다. 하면서 보니까 우리나라의 중요한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낀다"면서 이와 같이 말했다.
그는 "다큐멘터리 제목처럼 여성국극이 끝끝내 끊어질 듯하면서 유지된 것은 제자들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피나는 노력을 해서 어떻게 해서든 제 위치에 놓고, 가치를 알리고자 해서 그런 것이다. 제자들이 여성국극의 끈을 안 놓고 있다"면서 "제자들이 결혼할 나이도 됐는데 그것은 염두에도 없고 여성국극을 위해 열심히 하다 보니 1인자가 됐다.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내 세대에서도 제자들 세대에서도 여성국극이 끝나는 게 아니라 길이길이 이어졌으면 한다"면서 "여성국극의 맥이 안 끊기고 이어질 수 있게 나라에서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큐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 ⓒ스틸컷
다큐멘터리 '여성국극'은 3세대 여성국극인 박수빈, 황지영이 1세대 여성국극인 조영숙 명인을 포함해 2세대 여성국극 배우들과 함께 여성국극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
작품을 연출한 유수연 감독은 조영숙 명인과의 인연과 다큐 '여성국극'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설명했다.
유 감독은 "2020년도에 처음으로 다큐 찍으면서 '수궁'을 기획하게 됐다. '수궁'의 주인공은 30년간 경력이 단절됐다. 그때 끝내 설득해서 다시 무대로 올려주신 분이 바로 조영숙 선생님"이라면서 "2020년 조영숙 선생님을 만나고 여성국극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수궁'이 끝나면 (여성국극) 다큐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고 2023년 선생님과 촬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라져 가는 어떤 것에 대해 끝내 지키려고 하는 나이가 있으신 여성 예인에 대해 제가 관심이 많은 듯하다"면서 "첫 다큐 '수궁'의 주인공도 그랬고 이번에 조영숙 선생님도 그랬다. 그런 여성 예인에 대한 관심이 두 개의 국악 다큐를 만들게 한 것 같다"고 덧붙여 말했다.
3세대 여성국극인인 박수빈 황지영 배우는 드라마 '정년이'의 대중적 인기에 대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박수빈 배우는 "드라마 '정년이'에 감사하고 재밌게 봤다"면서 "여성국극 장르를 전 국민에게 알려준 콘텐츠인 것 같아서 감사함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조영숙 선생님이 정년이"라면서 "선생님 인생을 생각하면서 볼 수 있었다. 선생님 말씀이나 글로만 여성국극에 대해 알았던 건데 드라마를 통해서 '선생님이 저랬겠구나' 하면서 봤다"고 소감을 전했다.
황지영 배우는 "덧붙이자면 저도 정년이의 인기에 실감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정년이로 인해서 저를 생각해주시는 분이 있더라. '황지영이 여성국극 하지 않았나' 하고 말이다"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는 여성국극의 끈을 이어가고 있는 3세대 여성국극인 박수빈과 황지영이 선배 예인들을 만나 시대와 세대, 남자와 여자를 넘어 빛나는 무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무대가 바로 지난 2023년 8월 경기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 여성국극 '레전드 춘향전'이었다.
황지영 배우는 "다큐 속에서 '춘향전' 재해석을 두고 1,2세대와 3세대가 의견 충돌을 보이는 장면도 보이던데 어떤 충돌들이 있었고 어떻게 해결해 나갔나"라는 질문에 "기성 세대와 신세대의 차이는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대표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춘향이의 어떤 자유도라고 할까요. 춘향이가 어디까지 적극적으로 임할까에 대해 논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배들도 충분히 저희 시각을 이해해 주셨고 저희도 현세대와 소통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존 선배들이 행해온 전통성도 전해주고 싶어서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어떤 부분에선 적극적인 춘향이를, 어떤 부분은 전통에 가까운 춘향의 모습을 보여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수빈 배우는 여성국극 '레전드 춘향전'을 준비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사회에서 저희가 '여성국극' 이야기를 했을 때 '왜 이 시대에 여성국극이 있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면서 "처음에는 저는 실기로만 시작했다가, 그 질문에 의구심을 가지면서 여성국극을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레전드 춘향전' 기획도 무대는 실제 예술이고, 바로 이 시간의 예술이니까, 조영숙 선생님께서 살아 계실 때 선생님이 움직이고 노래하고 춤추시는 걸 봐야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 "지영이랑 제가 열심히 하겠지만 선생님을 흉내 내긴 어렵다. 그래서 용기내서 '레전드 춘향전'을 기획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큐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 ⓒ스틸컷
선배들과 무대를 마친 3세대들은 새로운 터전에서 다시 자신들만의 무대를 만들어 나간다.
감독은 "여성국극 장르에 대해 제가 생각한 가치는 다른 남성 혼합 창극과 차이점"이라면서 "모두가 함께 하려고 하는 게 강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1인자만 비추는 것 같지만 1인자 만이 아니라 많은 조연들, 삼마이들, 2인자, 3인자, 4인자가 세상을 지탱하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래서 (주인공이 아닌) 방자와 향단이 나오는 엔딩 장면이 직접적으로 그러한 이야기가 돼서 관객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는 오는 3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