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에 대한 내란우두머리 형사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형사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2025년 3월 7일 피고인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을 하였다. 재판부가 밝힌 설명자료에 의하면, ①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되었고, ② 그렇게 보지 않더라도 '공수처법 등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이에 관한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는 상태인바,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취소 결정을 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재판부의 설명자료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다수 언론은 '구속기간 만료' 여부를 따질 때 그 기간을 '날'로 할 것인지, '시간'으로 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에 매몰되어 있다. 심지어 지귀연 판사가 공동 집필한 '주석 형사소송법'에도 '날'로 되어 있다면서 재판부의 이번 결정을 비판하는 분위기다.
구속기간 만료 후 공소가 제기되었는지 여부는 형사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구속취소의 판단 대상이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93조(구속의 취소)는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에는 법원은 직권 또는 검사, 피고인, 변호인과 제30조제2항에 규정한 자의 청구에 의하여 결정으로 구속을 취소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애초 발부한 구속영장에 적시된 구속 사유가 처음부터 없(었)거나, 있었던 구속사유가 소멸된 경우에 법원은 구속 취소 결정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구속을 취소하려면 애초의 구속 사유가 무엇인지부터 따져보아야 하는 게 법이 가리키는 방향이다.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은 '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면서 각 호를 '1.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2.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3.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로 정하고 있다. 언론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윤석열에 대한 구속의 사유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법원의 구속 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03.08. ⓒ뉴스1
따져 보자. 윤석열이 내란우두머리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사라졌나? 윤석열의 범죄 혐의는 시간이 갈수록 더 짙어지고 있다. 현시점에서 윤석열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사라졌나? 많은 국민들은 헌법재판소 탄핵 사건에서 윤석열이 김용현 전 장관과 입을 맞추면서 허위 진술을 유도하려 한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눈 씻고 다시 보아도 윤석열에 대한 구속의 사유가 애초부터 없었거나 소멸된 것이 없다.
다시 형사소송법 제93조를 살펴보자.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에는 법원은 직권 또는 검사, 피고인, 변호인과 제30조제2항에 규정한 자의 청구에 의하여 결정으로 구속을 취소하여야 한다." 과연 2025년 3월 7일이 윤석열에 대한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에 해당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귀연 재판부는 쟁점을 엉뚱한 데로 돌리면서 정작 형사소송법상의 구속취소 사유는 게눈 감추듯 숨겨 버리는 '요술'을 부렸다.
지귀연 재판부가 첫번째 쟁점으로 언급한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되었는지 여부'를 우선 살펴보자. 재판부 설명대로, 설사 검사의 구속기간 10일에 9시간여가 지난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되었다고 치자(이러한 판단은 법해석이 아니라 새로운 법의 창설에 가깝지만 이에 대한 비판은 많이 제기되었으므로 생략함). 형사소송법 제203조는 '검사가 피의자를 구속한 때 또는 사법경찰관으로부터 피의자의 인치를 받은 때에는 10일 이내에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면 석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은 채 10일이 지나는 순간부터 기존에 발부된 구속영장은 실효되고, 피의자에 대한 위법한 구금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형사소송법 제93조는 구속이 적법한 상태에서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구속을 취소하는 조항이다. 지귀연 재판부가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되었다'는 판단을 스스로 한 것이라면, 취소 청구의 대상이 되는 '구속'은 이미 실효되어 존재하지 않는 것이므로, 이를 취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취소 청구의 대상이 되는 '구속'은 이미 법적 효력이 소멸하였으므로 '구속 취소 청구'의 판단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각하' 결정을 하면서, 피의자를 석방할 의무가 있는 검사가 피의자를 석방하지 않고 있는 위법 상태를 지적했어야 한다. 더불어 윤석열 피고인에 대한 구속의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으므로 재판부의 직권으로 구속영장을 재발부했어야 마땅하다(형사소송법 제70조).
두 번째 쟁점은 공수처 수사권 논란에 관한 것이다. 만일 공수처에 수사권이 없다는 것이라면, 이는 위법한 수사에 의한 기소가 될 수 있으므로 지귀연 재판부가 맡고 있는 형사 재판에서 합의부 판사들의 숙의에 의해 공소기각 판결(형사소송법 제327조)을 하거나 공수처 수사에 의한 증거를 위법수집증거로 배제(형사소송법 제308조의2)하고 유무죄 판단을 하면 될 일이다. 애초부터 구속의 사유가 없었던 것인지, 법원이 있다고 판단했던 구속의 사유가 사라진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구속 취소 사건에서 공수처의 윤석열에 대한 수사권 존부 여부는 심사 대상 자체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지귀연 재판부는 윤석열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을 하면서, 때아닌 '날'과 '시간' 및 공수처 수사권 논란을 문제 삼았지만, 정작 형사소송법 제93조가 정하고 있는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판단도 하지 않고 구속을 취소하는 요술을 부렸다. 이러한 요술 앞에 심우정 검찰총장은 엉뚱한 핑계를 대면서 이를 바로잡을 권한마저 스스로 내팽개치고 말았으니, 일선 판사와 검사들의 실무상 혼란, 나아가 수범자이자 주권자인 국민들의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