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11일 피의자의 구속기간을 기존 방식대로 ‘시간’이 아니라 ‘날’로 계산하라고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다. 70년간 유지돼 온 방식을 바꿔 적용한다는 법원 결정에 즉시항고를 하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을 풀어주더니 다시 3일 만에 기존대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을 위한 ‘원포인트 특혜’였음을 자백한 꼴이다.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이 내려진 이후 검찰 내부에서부터 반발이 거셌다. 검찰 내부망에 “한순간에 불법 체포·구금의 범법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는 비판부터 “구속 피고인들이 윤 대통령과 비슷한 주장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즉시항고를 포기한 명확한 이유와 근거를 공유해 달라”는 항의까지 올라왔다. 특수본 검사들의 반대에도 심우정 검찰총장이 항고 포기를 밀어붙였기 때문에 비판은 오롯이 심 총장을 향한다.
대검은 혼란과 내부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구속기간 산정 방식과 관련해 오랜 기간 형성돼 온 법원 및 검찰 실무례에 부합하지 않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았으나 법원 판단에 동의하기 어려워 본안 재판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입장이라면 도대체 심 총장이 즉시항고를 포기한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하다못해 일단 석방하더라도 보통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구할 기회조차 날려버린 결정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윤 대통령 석방을 되돌릴 가능성을 포기해놓고는 다른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에게만 적용하는 인권 기준이 따로 있는가.
심 총장은 즉시항고를 포기한 이유에 대해 “위헌 소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보석과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즉시항고가 위헌이라고 결정한 헌재 판례를 이유로 든 것이다. 하지만 과거 검찰이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한 사례가 3건이 있었고 한 사건은 즉시항고가 받아들여져 피의자가 수감된 사례가 있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심지어 심 총장은 대검 회의에서 이런 사례들을 검토해 놓고도 항고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총장이 윤 대통령에게 의도적으로 특혜를 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검찰은 과거 룸살롱에서 술 접대를 받은 현직 검사들의 사건에서 ‘술자리 체류시간’까지 계산해 불기소하는 기가 차는 제 식구 감싸기를 선보인 바 있다.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이 자신의 사건에서 70년 넘게 유지돼 왔고 자신도 수없이 적용했던 구속기간 계산법을 뒤집어 구속을 면하려는 ‘법비’적 행태의 끝판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뒤를 잇는 검찰총장이 그 행태에 동조했다. 그야말로 검찰 역사에 길이 남을 특혜다.
심 총장이 사회적으로는 물론 검찰 내부의 거센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렇다면 심 총장이 왜 이런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일선 현장을 혼란으로 몰아넣으면서 윤 대통령 석방에 골몰했는지 의구심을 거둘 수 없다. 혹여 그저 제 식구 감싸기를 넘어선 그 무언가가 있는 것인가. 이번 결정이 비상계엄에서 대검찰청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는 것과 상관이 없는가. 심 총장은 사태를 책임지고 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검찰총장직을 유지할 자격은 ‘윤석열 석방 원포인트 특혜’로 완전히 상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