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슴을 잃은 여성들의 이야기··· 여성성에 대하여

두산아트랩 공연 2025, 이수민 연극 ‘안젤리나 졸리 따라잡기’

연극 '안젤리나 졸리 따라잡기' 공연 무대 ⓒ두산아트센터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이날은 연극 ‘안젤리나 졸리 따라잡기’가 3일간의 쇼케이스를 마무리한 날이기도 했다. 무대 위로는 가슴을 연상시키는 봉긋 솟은 그것과 안젤리나 졸리의 얼굴이 무대 조명 속에서 반쯤 형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안젤리나 졸리 따라잡기’ 작가 이수민은 리서치와 다수의 인터뷰,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희곡을 썼다고 한다. 이 작품은 젊은 나이에 유방암 판정을 받고 가슴을 잃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재건’의 대상이 된 가슴에 대해 날것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넣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유방암 수술을 했다는 젊은 여자 문솔은 수술 이후 성형외과 의사에게 인계되었던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다. 암 수술을 막 마쳤는데 성형외과 의사는 왜? 이유는 가슴 재건 수술을 위해서다. 성형외과 의사는 실리콘을 넣어 가슴을 원래대로 재건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안내한다. 이전보다 더 예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이다.

문솔은 생각할 시간을 갖겠다고 하며 병원을 나서고 같은 수술을 한 여성들 모임에 참석하게 된다. 수술을 하고 나면 바로 가슴 재건 수술을 하겠다는 여자, 결혼을 앞두고 유방암 수술을 한 여자, 잃어버린 가슴을 찾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는 여자까지. 저마다 사연을 갖고 있는 이들은 가슴 재건 수술을 놓고 갈등과 기대의 시간을 보낸다.

이수민 ‘안젤리나 졸리 따라잡기’ 포스터 ⓒ두산아트센터

결혼을 앞두고 가슴을 잃은 여자는 미래의 시부모님과 미래의 남편 앞에서 작아지기만 한다. 가슴이 없는 상태로 취업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이참에 좀 크고 섹시한 가슴으로 재건하면 좋겠다는 남편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막 벗어난 이들이 맞닥뜨린 가슴 재건의 선택은 온전히 이들을 위한 것일까? 가슴과 취업, 가슴과 사랑은 어떤 연관성을 가질까?

내 몸에 결정권과 여성성에 대해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성 유방암 발생을 우려해 유방절제술을 했다. 그리고 재건 수술을 통해 여전히 아름다운 가슴을 가진 할리우드 배우로 돌아왔다. 졸리는 2013년 6월 14일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이것을 세상에 알렸다. 사람들은 그런 그녀에게 당당하고 아름답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무대에는 안젤리나 졸리의 감동적인 칼럼과 함께 가슴에 넣은 실리콘 보형물의 안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젤리나 졸리도 넣었다는 실리콘 보형물은 가슴을 잃은 여성들에게 여성성의 회복과 평화로운 미래를 약속해 줄까? 연극은 단순히 가슴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가 생명을 대신해 잃은 것들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평평한 무대에 굴곡 없이 그려낸 이 연극은 담담해서 좋았다. 풍전등화 같은 현실 속에서 한 발짝 벗어나 고민해 보아야 할 것에 대한 숙제를 받은 느낌이기도 했다. 두산아트랩 2025 공연 여섯 번째 작품 ‘안젤리나 졸리 따라잡기’는 내 몸에 결정권과 여성성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젊은 예술인들의 다양한 시선을 담은 두산아트랩 공연 2025는 배소현×김시락×최수진의 연극 ‘물과 뼈의 시간’과 원인진의 연극 ‘변두리 소녀 마리의 자본론’을 남겨두고 있다.

두산아트랩 공연 2025, 이수민 ‘안젤리나 졸리 따라잡기’

작가 : 이수민
연출 : 이라임
무대 디자이너 : 김나은
조명 디자이너 : 천하경
음악 감독 : 홍석영
출연진 : 김민주, 김현빈, 신소연, 이아라, 이주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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