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이동통신 3사 ‘번호이동 담합’에 과징금 1,140억원 부과

통신 3사, 시장상황반에서 판매장려금 상호 조정...번호이동 감소

문재호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담함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40억 원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5.03.12. ⓒ뉴시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번호이동 유치 경쟁을 피하기 위해 서로 판매장려금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 3사에 과징금 1,140억원의 제재 조치를 내렸다.

공정위는 12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통신 3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140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통신 3사는 2015년 11월부터 2022년 9월말까지 각 회사의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가 특정사업자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조정하자고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통신 3사는 이들 중 한 사업자에게 번호이동 순증감이 편중되게 나타날 경우 상호 간 협의를 통해 판매장려금을 인상·인하하는 방식으로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를 조정해 왔다.

사실상 포화상태인 이동통신 시장에서 통신 3사가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타사 가입자를 뺏어오는 번호이동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통신 3사는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자제하고 수익을 증대하기 위해 이 같은 담합 행위를 벌인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통신 3사 간 경쟁으로 서로 지원금, 장려금을 늘리게 되면 어느 누구도 가입자를 늘리지 못하고 비용만 증가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수익을 증대하려는 합의 유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통신 3사는 '시장상황반'을 통해 판매장려금을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4년 12월 통신 3사는 과도한 판매장려금 지급으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위반 행위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후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시장상황반을 운영했다.

통신 3사와 KAIT 직원은 매일 한 장소에 모여서 시장상황반을 운영했다. 통신 3사 직원들의 상호 제보나 KAIT 시장 모니터링을 통해 특정 업체에 과도한 판매장려금 지급 사례가 확인되면 신속하게 위반 사항을 해소했다.

문제는 통신 3사가 결국 2015년 11월경 이들 중 한 업체에 순증감 건수가 편중되지 않도록 하자고 담합을 합의한 뒤 이를 실행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상황반 운영이 종료되는 2022년 9월까지 상황반을 통해 번호이동 순증감 상황을 공유하고 판매장려금 인상·인하를 조정해 왔다.

구체적으로 어느 한 통신사의 번호이동 순증 건수가 계속 증가하는 경우 스스로 판매장려금을 낮추거나, 순감이 발생한 다른 통신사들이 판매장려금을 높이는 것을 묵인했다. 반대로 어느 한 통신사의 번호이동 순감 건수가 계속 커지면 순증가한 다른 통신사들이 서로 합의해 자신들의 판매장려금을 낮추거나, 순감한 통신사의 판매장려금 인상을 허락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KAIT 직원의 업무기록 등에서 번호이동 순증가 폭이 큰 통신사의 영업책임자가 순감소한 통신사의 책임자에게 직접 연락해 사과하는 경우가 발견되기도 했다. 또 순감소 통신사가 내부적 사정으로 대응이 어려울 경우, 다른 통신사들이 함께 판매장려금을 낮추는 등 담합을 유지·실행하는 상황이 진행된 점도 확인됐다.

상황반 내 세부 상황별 합의 및 실행 사례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통신 3사의 담합으로 이동통신 시장에서 가입자 유치 경쟁이 제한됐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통신 3사의 일평균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는 담합이 실행되기 전인 2014년 3,000여 건에 이르렀으나, 담합이 시작된 후인 2016년에는 200건 이내로 축소됐다. 일평균 번호이동 총건수도 2014년 2만8,872건에서 2016년 1만5,664건으로 45.7% 감소했으며, 지속적인 감소로 2022년에는 7,210건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공정위는 SK텔레콤에는 과징금 426억6,200만원, KT와 LG유플러스는 330억2,900만원과 383억3,4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 과정에서 통신 3사를 담당하는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통신 3사가 행정지도에 따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취했던 행위였던 만큼 담합이 아니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 과정에서 7번에 걸쳐 방통위와 실무 협의를 진행했고, 전원회의에도 방통위가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면서 "방통위 의견은 위원회 합의 과정에서 충실히 반영돼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방통위 행정지도로 통신 3사가 시장상황반에 참여했지만, 이들의 담합 행위는 방통위의 규제를 벗어난 것이라는 입장이다. 문 국장은 "방통위는 판매장려금의 과도하고 차별적인 지급 행위에 대해 규제하고 행정지도를 진행했는데 통신 3사는 그 규제를 벗어나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를 조정하는 합의를 했다"면서 "통신 3사가 행정지도를 벗어나는 합의를 해 제재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국장은 전문 규제 기관인 방통위의 행정지도로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상 자유 경쟁의 예외를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법령이 있고, 그 법령의 범위 내에서 행하는 필요 최소한의 행위인 경우에만 공정거래 집행 예외가 될 수 있다"면서 "이번 건은 이 같은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문 국장은 "이 사건은 통신 3사 간에 7년여의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된 담합 행위를 적발한 것으로, 이동통신 시장에서 경쟁을 활성화해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통신 3사는 담합 혐의를 부인하면서 법원에서 다시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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