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김형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장교동 한화 본사 앞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금속노조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15일 오전 서울 장교동 한화 본사 앞에서 높이 30m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2024년 단체교섭이 해를 넘긴 채 이어지면서 노동조합이 전향적인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원청인 한화오션의 거부로 결렬됐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김형수 지회장의 고공농성 돌입 소식을 전했다. 이들은 “하청노동자의 삶과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다”며 “그래서 마지막 수단으로 고공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조선하청지회의 2024년 단체교섭은 장기화되고 있다. 지회는 교섭 타결을 위해 지난해 11월 13일 천막농성을 시작한 데 이어 김 지회장 등이 단식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지역사회와 국회의원들이 중재에 나선 끝에 한화오션 측은 “하청업체 대표들을 모아 빠른 시일 내에 교섭이 타결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단식이 중단되자마자 한화오션은 하청노동자의 사용자가 아니라며 태도를 바꿨다. 이에 한화오션 선각삼거리에서의 농성과 파업투쟁은 123일째, 한화본사 앞 천막통성도 68일째에 이르렀다.
조선하청지회의 핵심 요구는 상용직 고용확대를 위한 상여금 인상이다. 지회는 “조선업은 초호황을 맞아 원청 조선소는 수천억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하청노동자 저임금은 그대로인 까닭에 심각해진 인력난을 정부와 자본은 다단계 하청 물량팀과 저임금 이주노동자로 채웠다”며 “그 결과 2016년 이전까지 전체 하청노동자의 70%를 차지하던 상용직 숙련노동자가 현재는 30%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지회는 “2016년 이전까지는 하청노동자도 연간 550%의 상여금을 지급받았다. 조선업 불황기에 상여금은 모두 삭감돼 제로(0)가 됐고, 2023년 단체교섭에서 상여금 50%를 겨우 회복했다”며 “(당초 지회는) 2024년 단체교섭에서 연간 상여금 300% 지급을 요구했지만, 파업투쟁이 장기화된 현실을 감안해 현행 50%보다 조금이라도 인상시키자는 양보안을 최종 제시했다. 그럼에도, 한화오션은 끝내 상여금 인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용직 숙련노동자 고용을 확대하고 임금을 인상하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국 조선업이 호황기는 물론이고 다가올 불황기를 극복하며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노동조합의 제안을 끝내 거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회는 “30m 높이의 허공, 허리도 제대로 펼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의 고공농성마저 장기화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한화오션은 조금이라도 상여금을 올려야 한다는 조선하청지회의 양보안을 수용하고, 상용직 숙련노동자 고용확대를 통한 지속가능한 조선업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형수 지회장은 “470억 손배소송에 2022년 51일 파업투쟁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이런 선택을 결행하는 것은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결의”라며 “왜 하청노동자는 차별을 받아야 하나. 조선업 불황이 오면 하청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며 구원자가 되어 주기를 요구하다가, 수천억의 흑자를 내면 떡고물 조금 던져주고 모든 것을 다해준 것처럼 말한다”고 질타했다.
김 지회장은 “우리는 한화에 요구한다. 그리고 우리의 요구는 간단하다”며 “약속을 지키고, 차별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죽음의 현장을 삶의 현장으로 바꾸고, 하청노동조합을 인정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같은 날 오후 1시 김 지회장이 고공농성을 하는 장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 기자회견에서는 한화오션을 향해 상용직 확대 및 처우개선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