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이용훈 주교)가 “의료진의 헌신과 국민의 건강권을 존중하면서, 모든 이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혜로운 해결책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 의료 공백 사태의 해결을 요청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1일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사순절은 우리가 주님과 함께 고난을 묵상하고 회개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때이다. 이 시기를 맞아, 우리 사회가 직면한 의료 사태를 깊이 성찰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혜롭고 평화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교회의는 “현재의 갈등은 의학 교육과 의료 현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전공의 수련 과정이 중단되고 신규 의사 면허 취득자와 전문의 자격 취득자 수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병원 응급실과 수술실 운영에 차질이 생기며,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충원에도 비상이 걸려 국민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의료 체계 붕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교회의는 의료개혁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에 대해 비판을 했다. 주교회의는 “정부는 응급·필수·지역 의료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의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이 현장의 의료인들과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되어 왔다는 지적이 있으며, 이에 젊은 의학도들과 의료계의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과 의료계를 설득하고 협력하여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며, 의료계도 국민의 건강을 위하여 책임감 있는 자세로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교회의는 “사회적 갈등 상황에서도 교회는 언제나 사랑과 연대의 길을 걷고자 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강조하신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 정신, 곧 함께 걸어가며 경청하고 대화하는 태도는 지금의 의료 사태 속에서도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라며 “정부, 의료계, 그리고 국민 모두가 상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갈등을 넘어 화해와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순절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사랑을 되새기는 시기입니다. 함께 걷는 여정 속에서,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기도하고 행동하며, 의료 사태가 정의롭고 평화롭게 해결될 수 있도록 힘을 모읍시다. 주님의 평화가 모든 국민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