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상법 개정, 그리고 이복현

서울시 중구 청계천에 위치한 한화그룹 본사(자료사진) 2022.07.04 ⓒ민중의소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를 두고 뒷말이 계속되고 있다. 사업이 잘되고 수주 잔고도 잔뜩 쌓아 뒀는데, 굳이 3조6천억원이라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수주 잔고는 32조4천억원 규모다. 향후 2년간 6조원대 영업이익이 보장된 상황이다. 굳이 유상증자하지 않아도 다른 방식을 통해 얼마든지 자금을 끌어올 수 있었다는 뜻이다.

유상증자 발표 불과 일주일 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그룹 계열사 한화오션 지분 인수에 1조3천억원을 쓴 직후라는 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미 한화그룹은 오션 지분 46%를 보유해 안정적인 경영을 하고 있었다. 한국 증시 역대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었다면, 오션 지분 인수는 비판을 자초하는 행위였다. 실적이 좋은 회사 자금은 계열사 지원에 쓰고, 주주들에게 손을 벌렸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에 몰아넣은 자금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소유한 한화에너지로 흘러 들어간다. 자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한화오션으로, 한화오션에서 한화임팩트파트너스(8,880억 원)·한화에너지싱가포르(2,884억 원)·한화에너지(1,236억 원)로 흘러갔다. 종착지인 한화임팩트파트너스·한화에너지싱가포르는 모두 김승연 회장 삼남의 회사 한화에너지의 손자회사·해외법인이다.

비상장사인 한회에너지는 장남 김동관(50%), 차남 김동원(25%), 3남 김동선(25%) 등이 나눠 가진 회사로, 이른바 ‘승계 핵심’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들 기업 가치를 부풀려 승계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의심을 받는 곳이란 뜻이다.

한화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법적 지주회사 체제가 아니다. 김승연 회장(22.65%)과 세 아들 지분은 차이가 크다. 김동관 부회장은 4.91%, 동생들은 각각 2.14%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김동관 부회장이 주도하는 방산·조선·우주항공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으로 통합하고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떠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금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럽 등 각국의 방위비 인상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글로벌 방위산업 수요에 적극 대응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그럴수록 더 세심한 자금 운용 전략이 필요한 법이다. 글로벌 시장 도약을 위한 자금 수혈에 ‘아직도 승계를 위해 회삿돈을 빼먹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면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 비상을 꿈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서는 망신스러운 일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그래서 더욱, 서둘러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금이야 ‘곤란한 일’ ‘망신스러운 일’ 정도로 눙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상법 개정 이후엔 법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된다. 유상증자 직후 주가는 급전직하했고,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거세다. 총수 일가 가족회사에 대한 간접 자금 지원,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수혈 등 의혹을 살 수 있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주주 충실’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있다면 법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얼마 전 “최상목 권한대행이 상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직을 걸고 막겠다”고한 적 있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지만, 그 결기에 박수를 친다. 최근에는 “상법 개정안, 공개 토론하자”고 재계에 요구한 걸 보면 빈말은 아닌 듯하다. 그는 지난해 두산의 불합리한 지배구조 개편을 막아선 척 한 전력도 있다. 

다만, 이복현의 금감원은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는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이 계획한 일정에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이건 괜찮은 것인가? 글로벌 대기업이 총수 일가 이익에 휘둘리며 소액주주 손해를 아무렇지 않게 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에는 이 금감원장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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