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년’ 내세워 연금 불신 부추기는 한동훈·유승민·이준석

'더 내고 조금 더 받는' 연금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보수 진영의 일부 후보들이 최상목 권한대행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내야 할 돈은 천천히 올리고, 받을 돈만 즉시 올리면 내야 할 기간이 짧은 기성세대의 이득만 커진다"고 주장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개정안대로면 청년들은 늙어서 한 푼도 못 받게 된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준석 의원도 "부도 확률이 높은 CCC등급 어음"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모두 이번 개정안이 기성세대의 이익을 보호하고 그 부담을 청년세대에게 떠넘겼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일단 사실이 아니다. 60대의 경우엔 아예 이번 개정안과 관계가 없고, 50대의 경우에도 앞으로 연금을 내게 될 10년 치에 대해서만 43%의 소득대체율이 적용된다. 청년들이 아예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부도' 주장은 거론할 가치도 없다.

모든 복지제도는 세대나 계층에 따라 유불리가 나뉜다. 전국민의료보험의 경우엔 소득이 있는 경제활동인구가 주로 부담하지만 그 혜택은 아동이나 노인에게 집중된다. 아예 세금에서 재정을 충당하는 기초연금의 경우엔 말할 것도 없다. 소득이 많은 사람이라면 저소득층에 비해 더 큰 부담을 지게 되고, 지금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더 많이 기여하기 마련이다. 아예 모든 복지제도를 없애고 각자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것이 아니라면 이들의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는 의미다.

사실 이런 주장은 복지제도 전반에 대해 늘 제기되어 왔다. 국가가 주도하는 복지제도를 해체하여 이익을 도모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의료도 노후도 개인이 책임질 몫이라고 전제한다면 소득과 재산이 많은 이들은 현행보다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공적보험을 대체할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는 사보험 업계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들 정치인이 내놓은 비판은 청년 세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부자와 재벌보험사들의 목소리에 불과하다.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복지제도의 개편을 필요로 한다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다. 이번 국민연금제도 변경에서도 국가의 지급 책임을 명문화했고, 아예 선제적인 국가재정의 투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청년층의 우려에 대해선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만, 자극적이고 사실과도 거리가 있는 주장을 앞세워 연금에 대한 불신, 나아가 복지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건 부끄러운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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