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이 체포돼 감옥으로 보내진 후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터키정부가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인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이 정치적 음모로 체포하면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에르도안 정권은 이마모을루 시장을 테러 및 부패 혐의로 구금하며 정치적 탄압을 자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1,400명 이상의 시위 참가자들이 체포되고 언론인과 시민들의 기본적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 법치주의 훼손과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외국 자본이 대거 이탈하면서 이스탄불 증시는 16.6% 하락했고, 리라화 가치도 급락했다.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살펴보는 더컨버세이션 기사를 소개한다.
2025년 3월 23일, 이스탄불 시장 에크렘 이마모을루는 야당 대선 후보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이마모을루는 자유와 대학 학위를 잃게 됐다. 3월 18일 이스탄불 대학교는 장기 집권 중인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의 강력한 라이벌인 이마모을루의 학사 학위를 취소했다. 그리고 하루 뒤 에르도안 정권이 참모들과 이스탄불의 한 구청장과 함께 그를 체포했다.
이 두 조치는 에르도안이 이마모을루를 22년간의 통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스탄불 경찰이 체포한 100명 이상의 사람들 모두 터키 ‘건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설립한 야당 공화인민당(CHP) 소속이었다. 부패, 범죄 조직 결성, 그리고 터키가 테러 단체로 지정한 쿠르드 무장 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와 친쿠르드 정당과의 협력과 지원 등이 혐의였다.
이런 혐의가 더욱 당혹스러운 이유는 에르도안 정권이 PKK 지도자 압둘라 오칼란을 조직을 해체할 평화의 중재자로 추켜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26년간 터키 감옥에 갇혀 있던 오칼란에 대한 이러한 급격한 태도 변화는 에르도안이 대통령 연임 제한을 제거하기 위한 헌법 개정에 쿠르드인의 지지를 얻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종신 대통령을 꿈꾸는 에르도안
터키 헌법은 대통령을 두 차례 5년 임기로 제한하고 있다. 에르도안은 이미 세 번 선출됐다. 첫 임기가 2017년 헌법 개정 이전이었다며 세 번째 출마를 정당화했기 때문이다. 연임 제한이 해제되면 에르도안은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선거에도 출마할 수 있다.
이 계획에 가장 큰 장애물은 장기 집권 대통령보다 훨씬 인기 많은 이마모을루다. 이마모을루가 31년 전 취득한 학위를 갑자기 취소한 것은 3월 23일 CHP 예비선거를 취소하고 그의 대선 출마를 저지하기 위한 시도로 널리 해석됐다. 터키 헌법에 따르면 대선 후보는 대학 졸업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에르도안은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이마모을루를 공직 출마에서 영구적으로 배제하려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만 되면 에르도안은 삼중의 승리를 안게 된다. 이스탄불 시장을 직접 임명해 측근을 앉히고, 국회의원들을 위협해 헌법 개정을 밀어붙이며, 가장 강력한 라이벌을 향후 모든 대선에서 완전히 제거할 수 있게 된다.
에르도안은 임기 연장과 영구적인 권력 장악 시도로 터키의 정치 체제를 ‘결함 있는 민주주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와 유사한 ‘선출된 독재’로 전환시킬 작정이다. 이것이 바로 CHP 지도자 외즈귀르 외절이 이마모을루에 대한 이번 조치를 ‘국민의 지도자 선출권에 대한 쿠데타’라고 부르는 이유다.
터키에 자유선거는 더 이상 없는가
에르도안은 대중영합적인 정책을 홍보하고 언론과 선거 관행을 야당에 불리하게 조작하는 선거 공학의 달인이다. (그것이 우연이었든 그의 노력 결과였든) 약한 경쟁자들은 에르도안이 20년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전 야권 지도자 케말 킬릭다로울 아래에서는 CHP가 대선, 총선, 그리고 지방 선거에서 집권 여당에 연이어 패배했다.
그러다가 에르도안은 2023년 대선에서 처음으로 심각한 도전에 맞닥뜨렸다. 킬릭다로울과 달리 이마모을루가 에르도안보다 인기가 더 많았던 것이다.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에르도안은 결국 사법부를 동원했다. 터키 최고선거위원회를 ‘바보들’이라고 부른 혐의로 이마모을루가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이 판결은 현재 항소 중이며, 확정될 경우 이마모을루의 공직 출마를 제한할 것이다.
이전 대선에서 두 차례 다른 정당의 야권 후보를 지지했던 때와는 달리, 당시 킬릭다로울은 이마모을루를 지키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 판결을 기회로 삼아 에르도안에게 맞서 직접 출마했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킬릭다로울은 CHP 대표직에서 해임됐고, 새로운 CHP 대표는 이마모을루를 지지했다. 20년 만에 아주 강력한 야권 지도자가 이렇게 등장했다.
에르도안의 쇠퇴
장기 집권 동안 에르도안은 권력 유지를 위해 두 가지 전략을 추구해 왔다. 한편으로는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선거를 통해 권력을 획득했고, 동시에 언론인을 구금하고 야당 인사들을 ‘테러리스트’로 낙인찍는 등 권위주의적 수단을 통해 통제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터키의 2024년 지방선거는 국내 정치의 변화를 보여줬다. 에르도안의 정의발전당(AKP)이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선거에서 2위로 밀렸고, 야당 CHP가 제1당으로 부상했다. 이스탄불에서는 이마모을루가 재선됐고, 수도 앙카라에서는 CHP의 만수르 야바시가 또다시 승리를 거뒀다.
AKP와 에르도안 개인의 인기가 떨어진 가장 큰 요인은 터키의 지속적인 경제 위기였다. 2022년 이후 터키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50% 수준에서 등락했고, 이는 구매력을 약화하고 숙련된 노동력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해외로 빠져나가는 대규모 두뇌 유출을 촉발했다.
터키의 경제 위기는 정부 경제 정책, 특히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고집스럽게 금리를 낮춘 에르도안에 있다는 게 전문가와 터키 국민의 입장이다. 최근 정책을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터키 통화는 계속 가치가 떨어져 5년 전 1달러가 5리라였데, 오늘날에는 40리라로 치솟았다.
왜 이마모을루가 표적인가
에르도안이 야당 인사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구금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친쿠르드 인민민주당(HDP)의 전 지도자 셀라하틴 데미르타시는 테러 혐의로 8년 넘게 감옥에 있었고, 극우 승리당 지도자 우밋 오즈다그는 에르도안을 모욕하고 혐오를 선동했다는 혐의로 2개월째 구금돼 있다.
이 두 사람은 에르도안에게 성가신 존재였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지만, 누구도 에르도안의 권력을 진정으로 위협하지 않았다. 이마모을루가 특별한 것은 그가 다양한 유권자 집단에 폭넓은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모을루는 쿠르드 표를 끌어올 수도 있고 카리스마와 공개 연설을 통해 민족주의 정치인과 강한 유대를 유지한다.
더 중요한 건 이마모을루가 세속주의 성향과 이슬람 성향 유권자 모두에게 호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아타튀르크가 제시한 세속주의 비전을 따르는 터키 사회의 계층으로부터 지지를 끌어낸다. 동시에 코란 구절을 공개적으로 낭송하는 등 종교적 유권자에게도 접근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집단을 통합하는 능력 덕분에 이마모을루는 2019년 이스탄불에서 에르도안의 당을 두 차례 물리쳤다. 첫 번째 승리 후 에르도안은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최고선거위원회는 선거를 무효화했지만 결국 이마모을루를 막지 못했다. 2024년 시장 재선은 이맘오글루의 명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그는 투표장에서 에르도안을 물리칠 수 있는 주요 정치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 인기 있는 정치인의 최근 체포는 지난 10년간 터키에서는 드물게 보던 전국적인 시위를 촉발했다. 터키 주식시장이 7% 하락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이를 정치적 불안정의 신호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의 사건들이 보여주듯이, 대중의 지지만으로는 이마모을루가 대통령직에 오르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마모을루는 앞으로 계속되는 법적 공격과 선거에서 그를 배제하려는 여러 시도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