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국민의힘은 기다렸다는 듯이 사법부를 정조준하며 노골적인 불복 선동에 나섰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판사의 정치 성향에 좌우된 판결”이라고 주장했고, 권성동 의원은 ‘우리법연구회 카르텔’이라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꺼내들며 판결을 부정했다. 재판 하루 전까지만 해도 이 대표에게 “항소심 결과에 승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이들이, 정작 판결이 기대와 다르자 곧바로 재판부를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극히 위선적이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언행이다.
문제는 이 같은 태도가 일부 인사들의 감정 폭발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은 하루 종일 조직적으로 반발을 쏟아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무죄를 정해놓고 논리를 만들었다”고 밑도 끝도 없이 비난했고, 한동훈 전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거짓말을 했는데 죄가 아니냐’는 식으로 판결을 왜곡했다. 급기야 조정훈 의원은 “사법부 독립이 흔들렸다”고 주장하며, 재판부가 외압에 굴복한 것처럼 매도하기까지 했다.
이런 주장은 단순한 불만 표출이 아니다. 명백한 사법불복이다. 항소심 판결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3인이 대등한 지위에서 치열한 논의와 증거 검토를 거쳐 내린 합의 결정이다. 쟁점이 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법적 판단의 기준과 적용을 세밀히 따져 결론을 도출했다. 정치적 편향이나 외압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사실이나 법리가 아닌 감정과 정치적 유불리를 놓고 판결을 비난했다. 이는 법원의 판결을 자신들의 정치 전략에 따라 수용하거나 거부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특히 권성동 의원은 “하루빨리 대법원 판단이 나와야 논란이 정리된다”며 이 정치공세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이재명은 범죄자’라는 오랫동안 주입해온 프레임을 끝까지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그 허상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으며, 계속된 사법불신 선동은 오히려 보수진영의 정당성과 신뢰를 갉아먹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법치를 존중한다면, 법원의 결정을 수용하고, 대법원의 판단을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다. 사법부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 정치세력은 민주주의 공동체의 구성원 자격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불리한 판결에는 불복하고, 유리한 판결엔 환호하는 정치는 법치의 파괴다.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최소한의 법적·도덕적 품격을 회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