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장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미국채에 2억원 가까이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7일 관보에 공개된 공직자 재산변동내역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30년 만기 미국채를 1억9712만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전년도에는 없던 재산이니 지난해 매입한 것이다.
공무원이라고 주식이나 채권 등을 사고파는 것을 모두 금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업무와 연관되는 경우는 이해충돌, 또는 배임의 소지가 있어 규제한다. 경제정책을 좌우하는 고위 공직자가 외국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법규에 앞서 윤리적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채는 미국의 기준 금리가 인하하면 시장 가격이 올라 이득을 보기도 하지만, 미국 달러를 보유한 것과 같아 달러당 원화 환율이 올라도 이득을 본다. 즉 원화 가치가 폭락하면, 미국채권의 재산가치는 올라가는 셈이다.
국가 경제수장의 중요 업무 중 하나가 환율 방어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환율이 너무 내려가면 수입품의 가격이 하락하지만 수출품 가격 상승으로 경제 전체가 직격탄을 맞는다. 반대로 환율이 너무 올라가면, 수출품 가격은 낮아지지만 원화 가치가 하락해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현 정부 들어 경제가 전반적으로 악화하며 환율이 상당히 올라갔다. 특히 12.3 내란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고, 환율이 급상승했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급한 불은 껐지만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며 외환위기의 공포가 여전하다. 지난해 연말에는 환율이 달러당 1,470원대까지 상승했다.
그런데 미국채에 투자한 최상목 부총리 개인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꼭 나쁜 일이 아닌 셈이다. 난데없는 내란으로 경제가 박살나고 환율이 치솟는데 속으로 웃고 있던 것이 아니냐는 국민들의 의혹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더구나 최 부총리의 미국채 투자는 이미 문제가 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경제수석이었던 그는 2023년 12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미국 국채 1억7천만원어치를 산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고를 쏟아붓는 상황에서 경제수석이 미국채를 매수한 것을 야당이 지적하자 최 부총리는 “증권사 추천으로 매입했고, 우리나라 국채도 가지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당시 미국채를 판 최 부총리는 지난해 다시 매입했다.
입을 다물고 있는 최 부총리는 이제 국민 앞에 직접 소명해야 한다. 지난해 어느 시점에 미국채를 매입했는가? 이미 취임 과정에서 야당의 비판으로 팔았던 미국채를 왜 다시 매입했는가? 지난번처럼 증권사 추천 운운하며 몰랐다고 빠져나갈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