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변론이 종결된 지 한 달이 넘었다. 이제 4월로 들어가는 첫날이지만 아직도 탄핵 심판이 언제 종료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헌재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시중에는 온갖 시나리오들이 떠돌고 있다. 파면 찬반이 5명 대 3명으로 교착을 이루고 있다는 설도 있고, 두 재판관의 퇴임이 예정된 4월 18일까지도 아무 결정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헌재가 성실하게 평의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여러 분석과 시나리오가 나온 것이라면 별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가장 먼저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바꿔 그동안 제기된 공직자들의 탄핵 심판을 먼저 결정했고, 지난주에는 일반 사건까지 처리했다. 우선순위를 바꾼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했는지부터 설명해야 마땅하다. 이런 설명을 뒤로 한 채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니 근거 없는 추측들이 난무하는 셈이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늦어지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은 앞선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경우보다 오히려 더 간명하다는 게 학계와 법조계의 평가였다. 굳이 차이를 들자면 탄핵 찬반을 놓고 사회적 여론 갈등이 심하고 여야 간의 정쟁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헌재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빠르게 결론을 내야 맞을 것이다.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정쟁의 한가운데로 직접 뛰어드는 건 사법부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악은 두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 18일까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다. 헌재의 심판이 늦어지는 것은 최소한 180일이라는 법정 시한 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헌재 재판관들의 판단이 엇갈려 소수와 다수로 나뉘는 것 역시 헌법과 법률이 예정한 범위에 속한다. 하지만 헌재가 아무 결정을 내지 못하고 재판관 정족수의 부족으로 기능이 마비되는 건 글자 그대로 헌정의 중단을 의미한다.
헌정의 중단은 그 가능성만으로도 사회의 안정을 해치고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안길 수 있다. 주가와 환율, 대외신인도 등 한국경제의 모든 지표가 지난달 말부터 매우 심각하게 동요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헌법재판관들은 헌법의 최후 보루라고 할 헌재가 스스로 헌정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라도 평결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국민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헌법재판관은 다른 모든 공직자와 마찬가지로 헌법과 법률 아래 있으며, 무엇보다 주권자인 국민에게 충실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