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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반 주주를 희생시켜 경영권 세습 마무리한 한화

김승연 한화 회장이 세 아들에게 지분을 나눠줘 경영권 세습이 완료되었다고 밝혔다. 증여 후 그룹 지주사격인 ㈜한화의 지분율은 한화에너지 22.16%, 김승연 회장 11.33%, 김동관 부회장 9.77%, 김동원 사장 5.37%, 김동선 부사장 5.37%로 나뉘는데, 세 아들이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가진 상태라 결과적으로 경영권이 세습된 것이다. 한화그룹은 이번 증여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논란과 한화오션 지분 인수와 관련한 편법승계 우려의 고리를 끊었다고 밝혔지만, 그야말로 어이없는 이야기다.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갑작스러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조작에 기초한 것이다. 유상증자 발표로 고공행진을 하던 주가가 하루 만에 13%나 떨어졌고, 한화그룹 주식 가격이 전반적으로 급락세를 보였다. 하루아침에 조 단위의 시가총액이 사라지면서 일반 주주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이런 상황을 틈타 증여를 완료했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려 증여세를 줄인 셈이다. 최근 어렵게 국회 문턱을 넘은 주주 보호 문구가 포함된 상법 개정안이 실제 적용되기 전에 서두른 것 아니냐는 추론이 더 합리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향후 3년간 6조 원 규모의 순이익이 예상되는 회사에서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금융권 차입 등 대안이 있음에도 유상증자 방식으로 주주에게 손을 벌리는 발표를 기습적으로 한 것은 진상조사가 필요한 일이다. 앞서 2월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금 1조 3천억 원을 동원해 한화오션 지분 7.3%를 인수했는데, 이때에도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현금을 동원하고 일반주주들의 희생을 강요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한화 뿐 아니라 한국의 재벌들이 경영권을 세습하기 위해 사용한 편법과 불법 사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이 어렵게 통과됐지만 재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해외 자본의 먹잇감이 된다' 혹은 '소송 급증으로 경영이 어려워진다'는 이유를 대지만 근거는 없다. 그간 대주주를 위해 소액주주의 이해에 반하는 경영을 해 왔다는 고백에 불과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거부권 행사는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때문에 저평가된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더 망가뜨리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경제가 어렵고 혼란한 시국에도 재벌의 편익만 봐주는 선택을 꼭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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