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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저울] 도대체 왜 법은 범죄자에게 관대할까?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부로 계엄군이 진입하고 있다. 2024.12.04. ⓒ뉴시스

12.3 내란 사태 이후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 3월 7일 윤석열의 구속취소로 인해 헌재 재판 결과까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이제는 모든 게 미궁 속으로 빠진 형국처럼 보인다. 국민의 법 감정이나 악에 대한 본능적 분노를 무시하고 이해할 수 없는 몇 가지 논리로 내란 수괴를 풀어주는 과정을 보며 ‘우리나라 판검사들은 왜 이리도 내란범에게 관대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생긴다. 물론 민생을 위해 애쓰고 정의를 위해 소신있게 처신하는 판검사는 예외로 하고. 내란 준비 과정에서 윤석열의 패륜적이고 천인공노할 만한 만행들이 언론들에 보도되었다. 잔인하고 악랄한 점이 수없이 많은데도 어찌 그것을 봐줄 수 있는지, 그 죄를 물으면 무기징역 아니면 사형감인데 어떻게 풀어줄 수 있냐는 것이다.

모든 행위에는 작용과 반작용이 있듯이 악을 저지른 자는 반드시 형벌로 다스려야 하는 정의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으며, 시민들의 광장 목소리 또한 더욱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유흥식 추기경의 “정의에는 중립은 없다”라는 말처럼 여론도 다시 한 번 들끓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서 있는 아포리아(Aporia)를 경험하고 있다. ‘길 없는’, ‘막다른 지경에 도달한’ 것 같은 징후들마저 보인다. 극우들은 공공장소에서 대놓고 헌재 재판관을 살해하겠다는 공언을 하고, ‘묻지 마’ 폭행을 저질러도 공권력은 작동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범죄 증거와 내란 모의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에 대해서조차 내란대행들이나 검찰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은닉하려고 할 뿐, 제대로 된 설명조차 안 하고 있다. 윤석열을 대표하는 이권동맹과 사법 카르텔이 재작동하기 시작하면서 건강한 상식과 민주주의의 질서는 작동하지 않는 시대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마저 든다. 이를 바로 잡아야 할 공직자나 법조인들은 기득권을 지키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 자신들이 할 일마저 망각한 듯 보인다.

사회적 책무와 자기 일을 저버리고 조그만 악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꺼이 생각을 바꾸는 것을 ‘인지부조화’라고 한다. 모든 국민이 목격했고 윤석열이 헌재의 재판 과정에서 자백했음에도 이를 변호하던 한 변호사가 “윤석열에게 계몽당했다”라는 해괴한 논리로 작금의 사태를 모면하려는 현상도 인지부조화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권동맹과 사법 카르텔이 재작동하면서
건강한 상식과 민주주의의 질서는 작동하지 않는 시대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마저 든다

 
한국 전쟁 때의 일이다. 미군 병사가 중국군의 포로가 되면서 많은 미국 병사가 중국군에 세뇌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 CIA는 큰 충격을 받았고 짧은 시간에 어떻게 세뇌당했는지 관심을 가졌다. 중국군이 행동했던 방법은 무척 간단했다. 미군 포로에게 ‘공산주의에도 좋은 점이 있다’라는 간단한 메모를 적게 하고 그 포상으로 담배나 과자 같은 사소한 선물을 주었다. 이 작은 행위로 미군 포로들이 공산주의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사상이나 신조를 바꾸려면 인생을 바꿀 만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어마어마한 포상으로 자신의 사상과 신조를 바꿀 경우, 자신의 받는 이익의 관점에서 심리적 압박감이 해소된다. 그러나 소소한 포상을 받았을 땐 고작 이런 걸로 자신의 사상과 신조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는 사실에 심리적 압박감에 사로잡힌다. 자신의 사상과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행위 사이에 발생하는 부조화로 인한 죄책감을 벗어나려면 생각을 바꾸는 길밖에 없다. 즉, 공산주의에 동의하지 않지만 적어도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다고 타협함으로써, 신념과 행위 간의 부조화의 강도를 낮추면서 점차 생각을 바꿔나가는 것이다. 인지부조화이론을 고안한 리언 페스팅어(Leon Festinger)는 인간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합리화를 도모하는 존재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지연되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헌재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시스

최근 헌재 법관들의 정치적 성향을 살펴보며, 몇 대 몇으로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가정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불안한 상황에서 최악을 가정하고 대비하는 것이기에 그것대로 절실하며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상황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위로 나라와 민족을 송두리째 팔아먹고 망쳐도 제 한 몸 안위와 영달을 누리려는 세력들이 지금의 윤석열과 그를 둘러싼 이권동맹과 사법 카르텔이기 때문이다.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일부 헌재 재판관들이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압력에 따라 행동하고 그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생각과 감정을 조화시키면서 역사를 그르치는 망동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그 행위가 얼마나 진실에 위배되고 국민들의 법감정을 위해하는 행위인지 자각한다면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 할 수 없다. 시간을 흐를수록 윤석열의 내란행위에 대해 더 이상 국민들이 용납할 수 없는 절대 악이며 윤석열이 파면만이 헌정질서를 지키는 최소한의 선의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길 바란다. 그것이 적어도 스스로 정의를 세우는 길이며 최소한의 선의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책무이며 행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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