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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70억 찍은 원베일리 국평, 54억으로 급락?

토허제와 강남에만 골몰하다 국민경제가 붕괴되는 줄도 몰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에서 발언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뉴시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해제와 재지정을 전후에 강남권역의 집값은 요동을 치고 있다. 토허구역 해제 이후 거침없이 상승하던 강남권역의 집값이, 토허구역 재지정 이후 소강상태에 들어서거나 하락하기도 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권역을 대표하는 래미안 원베일리 국민 평수는 토허구역 해제 이후 70억 거래로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토허구역 재지정을 앞두고 54억에 거래되기도 했다. 거의 모든 레거시 미디어들이 토허구역과 강남권역 랜드마크 아파트들의 초현실적 가격 등락에 관심을 집중하는 사이 대한민국 경제는 끝 모를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70억 찍어 사람들을 기함하게 만들었던 원베일리 54억으로 급전직하?

토허구역 해제와 재지정을 전후해서 가장 가격이 극적으로 움직인 아파트는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래미안 원베일리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그전에 대장 아파트였던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를 밀어내고 대장 자리를 차지한 바 있다.

오세훈 시장이 2월 중순 잠실·삼성·대치·청담에 지정된 토허구역을 해제한 이후 지난 3월 3일 이 아파트 전용 84㎡(12층)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70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등재됐다. 그 전에 같은 평형 최고가는 60억이었다.

국민평형 기준 역사상 최고가이자, 국평 3.3㎡(평)당 가격이 2억원을 넘긴 것도 처음이어서 레거시 미디어들은 일제히 환호작약하며 기사를 앞다퉈 쏟아냈다.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19일 정부와 서울시가 서초구를 포함한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토허구역으로 묶는다고 발표한 직후 시장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 전세를 낀 매매가 불가능하고 2년간 실거주도 해야 거래가 가능하다.

토허구역 확대재지정이 24일부터 적용되는 터라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모두 시간에 쫓겼고 급매거래가 이뤄졌다. 20일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 거래가 체결됐다. 거래가는 54억원에 불과(?)했다. 직전 최고가에 비하면 무려 16억원이 단 17일 만에 빠진 것이다. 해당 매물은 전세가 18억원이 껴 있어 초기 투자자금이 적은 데다 원베일리 내에서도 판상형 구조에 성모병원을 바라보는 동으로 입지가 탁월하다는 평가다.

토허구역 재지정 후 송파구도 13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돼

강남의 대장 아파트 래미안 원베일리만 가격이 급락한 건 아니다. 송파구에서도 가격이 하락한 랜드마크 아파트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송파구 잠실엘스 84㎡형의 경우 토허제 발표 전엔 호가가 32억 원까지 뛰었지만 29억 원까지 내렸다. 또한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면적 59㎡는 3월 19일 18억 5000만 원에 직거래 돼 21억 5000만 원에서 불과 20일도 채 안 돼 3억 원 급락했다.

심지어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넷째 주(24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송파구는 0.03% 내리며 작년 2월 둘째 주 이후 1년1개월여 만에 하락 전환했다.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72.9원)보다 0.1원 오른 1473.0원에 출발한 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레거시 미디어가 초현실적 강남 집값과 토허구역에 몰두하는 사이 한국경제는 침몰 중

기실 우리들에게 지금 중요한 건 초현실적 수준의 강남 집값과 완전히 투기의 재료로 전락한 토허구역이 아니다. 정작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위독한 한국경제 상태다.

지난 3월 27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영국의 리서치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26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국책연구기관이나 투자은행들이 줄지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 중반으로 내리는 추세라곤 하나 0%대 성장률 전망이 나온 건 처음이다.

CE의 한국경제에 대한 예측은 참혹하다. CE는 현재 1460원 중반대인 원/달러 환율이 올해 말 1500원으로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데 이어 내년 말, 내후년 말까지 계속 1500원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봤다. 한 나라 경제의 체력과 전망이 응축된 환율이 박살 나는데 증시가 온전할 리 없다. CE는 코스피가 내년 말 2200 수준으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CE의 전망이 적중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분명한 건 대한민국 경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전제는 정치적 리더십의 안정이며, 그 첫 단추는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강남권역 집값과 토허구역에 관심을 쏟는 건 윤리적 범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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