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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면몰수하고 거부권 남발하는 한덕수 권한대행

지난 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소액주주 보호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한 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가 경제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과정에서 입법 취지를 명확히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충분한 협의 과정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국회의 재의결을 거쳐야 하며, 재의결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조건에서 상법 개정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 대행은 “어떤 의사결정이 총주주 또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인지, 법률안의 문언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돼 적극적 경영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대행이 주장하는 것처럼 상법 개정안이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이번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가 충실의무를 갖는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는 것이다. 자본시장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사의 충실의무를 이번 상법 개정안처럼 규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굳이 법안에 적어놓지 않아도 전체 주주의 이익을 비례적으로 보호한다는 개념은 상식이기 때문이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왕왕 벌어지는 것처럼 대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소액주주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의사결정을 한다면 무겁게 처벌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액주주들에게 부당한 결정을 반복하면서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에 대한 일말의 두려움도 가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한 대행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적극적 경영활동’이 아니라 강탈 행위일 뿐이다.

무엇보다 상법 개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며, 당선 이후에도 공언했던 일이다. 여야 후보의 공통된 대선 공약이 될 만큼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된 사안이기도 하다. 심지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거부권 행사에 대해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한다”고 하기도 했다. 표를 받아야 할 때 공언했던 공약을 시간이 지나서 뒤집고, 국회가 의결한 법안을 대통령도 아니고 권한대행이 거부하는 행태야말로 정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파괴하고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처사다.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것은 오히려 한 대행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거부권을 남발했지만 탄핵안 가결 이후 그 권한을 대행한 한덕수, 최상목 권한대행은 그 도를 넘었다. 권한대행 두 사람이 거부권을 행사한 횟수만 16회로 전무후무한 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범죄의 공범 격에 있는 사람들이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 의결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있는 형국이며, 국회를 군홧발로 짓밟은 비상계엄 이후에도 국회와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독단적 정부 운영이 계속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대행이 당장은 법안을 뒤로 물릴 수 있을지 몰라도 민의를 짓밟은 대가는 결국 피해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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