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하승수의 직격] 윤석열 파면 이후, 기록물 문제부터 챙겨야

대통령 기록관장으로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임명 시도도

세종특별자치지에 있는 대통령기록관 ⓒ뉴스1

윤석열이 파면됐다. 그 직후부터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처의 기록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는 절차가 시작됐다. 대통령기록관은 전임 대통령들의 기록물을 관리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된 기관이다. 행정안전부는 4월 4일 파면이 선고되자마자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기록물 이관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취임 전까지 대통령기록관으로의 이관작업을 끝내도록 되어 있다. 그러니까 조기 대선 전까지 이관이 끝나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최대 30년까지 기록물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윤석열 정권 동안 제기된 숱한 의혹들에 대한 진상규명이 그만큼 어려워질 수 있다.

최대 30년까지 기록물 접근 차단 가능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을 이관하면서 ‘보호기간’을 지정할 수 있다. 이렇게 보호기간이 지정된 기록물을 ‘지정기록물’이라고 한다. 지정기록물이 되면, 최대 30년까지 기록물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진다. 고등법원장이 발부하는 영장이 있거나,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있어야 기록물을 열람하거나 사본제작, 자료제출을 하는 것이 허용된다. 이 경우에도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라는 제한이 있다.

그러니까 국회에서 국정감사나 국정조사를 할 때도 지정기록물에 대해서는 자료제출 요구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감사원이 감사를 위해서 자료제출 요구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수사기관도 일반 영장이 아니라 고등법원장이 발부하는 영장을 받아야 자료접근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각종 의혹들에 대한 진상규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대통령실 이전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대통령실의 예산 사용 관련 의혹에 관한 진상규명,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진상규명 등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한참 논란이 되었던 대통령 취임식 참석자 명단이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관련 기록도 자료접근이 어렵게 될 수 있다.

박근혜가 탄핵된 지난 2017년  3월 10일 탄핵이 선고됐고, 한달이 조금 지난 4월17일부터 청와대에 있던 박근혜 대통령 기록물을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기록물을 기록관으로 옮기는 모습. ⓒ민중의소리

다른 경로로 범죄혐의를 소명할 수 있는 자료가 확보되는 경우에는 수사기관이 영장을 청구해서 자료를 열람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정기록물 지정 남발 우려


물론 지정기록믈로 지정하려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법에서는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 ‘대내외 경제정책이나 무역거래 및 재정에 관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민경제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기록물’, ‘정무직공무원 등의 인사에 관한 기록물’,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기록물’, ‘의사소통기록물로서 공개가 부적절한 기록물’,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표현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기록물’ 같은 요건에 해당해야 지정기록물로 지정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도 지정기록물 지정을 남발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정요건을 보면, ‘정치적 혼란’, ‘공개가 부적절’같은 식의 표현들이 사용되고 있다. 얼마든지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지정기록물 지정을 남발해도 외부에서 알 방법이 없다.

그런데 윤석열은 내란이라는 중대한 헌법 위반행위를 해서 탄핵이 된 경우이다. 내란을 계획하고 준비한 과정을 밝히려면 대통령실의 기록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도 기록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기록물들에 대한 자료접근이 어려워져도 되는 것일까?

대통령실 행정관이 대통령 기록관장으로?


게다가 매우 의심스러운 인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 이관 실무를 담당하는 대통령기록관장이 교체되고 있는 것이다.

법에 따르면 대통령기록관장의 임기는 5년이다. 그리고 현 대통령기록관장은 2023년 11월에 부임했다. 그러니까 임기가 한참 남아 있다. 그런데 행정안전부는 현 대통령기록관장이 정년이 되기 때문에 교체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현 관장의 정년은 올해 12월까지이다. 그러니까 지금 교체할 필요성이 없다. 그런데 윤석열이 탄핵소추된 이후인 올해 2월부터 대통령기록관장 교체에 나선 것이다. 이것 역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언론보도에 따르면 신임 대통령기록관장 최종 후보자 2명이 정해졌는데, 그중 1명은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이라고 한다. 만약 이런 사람이 임명되어 기록물 이관과 지정작업 실무를 총괄한다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지난해 9월 체코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 탑승에 앞서 환송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09.21. ⓒ뉴시스

게다가 대통령기록관장 임명권은 한덕수 권한대행에게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도 윤석열 정권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자유롭지 않은 사람이다. 따라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대통령기록관장 교체는 당장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대통령기록물법 개정과 신속한 수사 등이 필요


또한, 대통령실의 기록물 이관과 보호기간 지정에 대한 대책을 신속하게 세워야 한다. 야당들이 당장 해야 할 일이다. 대통령기록물법을 개정해서 파면된 대통령의 경우에는 기록물 이관·지정작업을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기구가 검증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지정기록물 지정이 남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내란과 각종 의혹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는 수사기관들은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처 등에 대해 신속한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기록물이 이관되고 보호기간 지정이 되기 전에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정보공개소송과 관련해서도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소송이 진행되던 중에 대통령기록물이 이관되면 소송이 각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 당시에 제기된 소송들이 기록물 이관 때문에 서울고등법원에서 각하된 적도 있다.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이 되면, 더 이상 대통령실에는 기록물이 존재하지 않게 되므로 각하된 것이다.

이 문제도 대통령기록물법을 개정해서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되지 않는다. 방법은 간단하다. 대통령실을 상대로 정보공개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록물 이관이 되면, 대통령기록관이 피고 지위를 승계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계속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이 문제도 대통령기록물법 개정을 통해서 신속하게 해결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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