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 모성의 또 다른 얼굴을 그리다, ‘그의 어머니’

아들의 범죄를 마주한 어머니 이야기, 국립극단 2025년 해외 초연작

연극 '그의 어머니' ⓒ국립극단


연극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하룻밤 사이에 여성 세 명을 강간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대가 시작되면, 범죄를 저지른 첫째 아들 매튜가 가택연금 중인 집안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하게 정돈된 집이 나온다. 여기에 게임기를 들고 집안을 총총총 돌아다니는 둘째 아들 제이슨과 그런 둘째 아들을 학교에 보내려 어르고 달래는 엄마 브렌다의 모습이 추가된다.

숨막히고 불편한 분위기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집안 분위기가 일상적인데?'라고 생각할 즈음, 무대 안팎의 분위기들은 무서운 속도로 인물들의 공간을 파고들기 시작한다. 엄마 브렌다가 듣고도 회피해 버리는 의문의 전화들과 현관문이 열릴 때마다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의 플래시 효과와 셔터 소리가 매섭게 파고든다.

이처럼 연극은 브렌다의 세계와 브렌다가 아닌 '강간범의 어머니'를 바라보는 세계를 극명하게 가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상연 시간이 극을 향해 달려갈 수록, 바깥 세계는 집안 안쪽 세계를 숨막히게 조여온다. 언론, 뉴스, 라디오 등이 강간범 매튜에 대한 소식뿐만 아니라 '그의 어머니' 브렌다의 얼굴도 함께 싣는다. 오히려 어머니에 대한 관심이 더 뜨거운 듯하다.

연극에서 중요한 것은 '아들 매튜가 도대체 왜 이러한 범죄를 저질렀느냐'가 아니다. 연극은 아들의 범죄에 집중하기 보다는, 어머니 브렌다에 돋보기를 댄다. 어머니라는 역할에, 절대적 사랑이라 여겨졌던 모성애에 충격이 발생하고 균열이 드러났을 때, 여성의 내면은 어떤 비명을 지르는지 보여준다.

연극 '그의 어머니' ⓒ국립극단


그간 만나보지 못했던 모성의 또 다른 얼굴과 사랑을 만나볼 수 있다. 아들을 향한 열렬한 사랑과 치열한 저주스러움, 부모로서의 죄책감과 한 인간으로서의 자기보호, 책임감과 무력감이 팽팽하고 촘촘하게 무대를 채운다. 무대에 표현된 낯선 사랑의 얼굴은 어떤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듯하다. 오직 '그의 어머니'라는 무대, 어머니를 연기한 김선영 배우의 연기를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작품을 쓴 극작가 에반 플레이시는 국립극단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이 작품의 집필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부모의 사랑이라는 것이 과연 무한한 것인지가 궁금했습니다. 그 사랑이 부서질 수 있는 한계점, 자녀에 대한 사랑이 멈추는 지점도요. 자식이 밉더라도 부모는 항상 자식을 사랑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있었죠."

연극 속엔 그러한 의문이 곳곳에 녹아 있다. 관객들은 그 의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생명력도 길고, 여운도 길다. 동시에 "난 매튜가 한 행동을 증오해. 그 애가 한 짓. 근데 매튜는, 미워할 수가 없어. 어떻게 미워해? 그게 자식의 저주야.", "나는 내 아들을 잃어버렸다", "사람들이 매튜를 나한테서 빼앗아 갔어요. 그렇게 만든 그 애가 나는 미워요."라는 대사가 연신 맴돈다.

국립극단이 2025년 선택한 해외 초연작으로, 지난 2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했다. 배우 김선영, 김시영, 김용준, 이다혜, 최자운, 최호재, 홍선우 등이 출연한다. 극단 산수유 대표인 류주연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다. 공연은 오는 19일까지 진행된다.

연극 '그의 어머니'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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