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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법 짓밟은 ‘윤석열 당’은 개헌 논할 자격 없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에서 출발한 개헌 논란이 정치권을 흔들었다. 우 의장은 6일 이번 대선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자면서 "기한 내에 합의할 수 있는 만큼 논의를 진행하되, 가장 어려운 권력구조 개편은 이번 기회에 꼭 해야 한다"고 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또 "민주당뿐 아니라 여러 당 지도부와 다 얘기를 했다"며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 헌법이 개정된 것이 1987년이니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정치권 내외에서 개헌을 주장하는 움직임도 상당하다. 우 의장의 제안처럼 "합의할 수 있는 만큼 개헌하자"는 것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우 의장의 말처럼 "가장 어려운 권력구조 개편"을 "이번 기회에 하는" 건 어렵다고 본다. 우 의장은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대한 공감대가 높다고 말했지만, 이 역시 실제 논의에 들어가면 쉽게 합의되기 어려울 것이다. 대선 경쟁의 룰인 헌법을 대선과 함께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국민의힘이 마치 국면전환의 기회를 맞은 양 설치는 일이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물론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주호영 당 개헌특위 위원장 등은 일제히 나서서 개헌추진을 환영했다. "대통령직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 이런저런 이유를 둘러대면서 개헌을 거부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거나, "(이 대표가) 의회 독재에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까지 다 휘둘러 보려는 속셈"이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과녁을 돌리는 말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계엄과 내란을 저지른 윤석열 전 대통령을 배출했고, 사태 이후에도 그를 옹호했으며, 심지어 그가 파면된 이후에도 지도부가 총출동해 관저로 찾아가 위로와 격려를 주고받은 정당이다. 자신들의 헌법 파괴 행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이제 와서 개헌을 주장한다니, 그럼 현행 헌법이 잘못되어 윤석열이 계엄과 내란을 일으켰다는 것인가? 국민의힘은 우선 윤석열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국민에게 사죄한 이후에나 개헌을 입에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개헌은 우리사회의 새 판을 짜는 일이다. 그렇다면 윤석열의 내란을 진압한 이들에게 마땅히 주도권이 주어져야 한다. 탄핵과 파면을 이끌어낸 광장의 다양한 목소리가 여의도 정치권의 수 싸움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주요 정치세력이 개헌절차나 일정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시민이 직접 개헌논의에 참여할 '시민의회'와 같은 과감한 시도도 검토할 만 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헌법을 짓밟으려 한 '윤석열 당'에 발언권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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