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한 요즘, 공연계에서 볼 만한 작품들이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진실과 해석의 문제를 탐구하는 연극 '나생문'부터 환경과 인간의 관계 등을 모색해 보는 작품 '인류세 프로젝트'까지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한국 초연 무대이자 2013년 오비상, 2014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THE FLICK'도 있다.
'나생문'은 일본 근대문학계의 독보적인 존재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쓴 작품으로, 황폐한 나생문 아래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간이 품고 있는 이기적인 면모와 모순된 심리를 드러낸 문제작이다.
극단 수의 연극 '나생문'이 10년 만에 무대 위로 돌아온다. 연극은 일본 헤이안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엄청난 비가 쏟아지는 날, 폐허가 된 나생문 앞에 괴이한 살인사건 재판의 증인으로 참석했던 나무꾼, 스님, 가발 장수가 모여든다. 이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는 타조마루라는 산적이 무사를 죽이고 그의 부인을 강간한 사건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사건을 증언하는 산적, 부인, 무사 증언은 서로 다르게 전개된다.
작품은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네 개의 상반된 증언을 통해 진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연극은 과거 이야기의 재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SNS와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오늘날, 우리는 얼마나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배우 박윤희 임지환 박초롱 박승희 데니안 성노진 김성철 허웅 배현아 오택조 김정희 권정현 구자걸 김태섭 등이 출연한다. 아쿠다카와 류노스케 작, 구태환 연출. 4월 11일부터 27일까지 이해랑 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머시브 연극 '인류세 프로젝트' ⓒ이머시브 연극 '인류세 프로젝트'
인간이 환경에 미친 영향을 조명해 볼 수 있는 이머시브 연극 '인류세 프로젝트'도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제작진에 따르면 '인류세'란 오늘날 인류 문명의 발전으로 인한 지구 환경의 극적인 변화를 강조하고자 제안된 지질 시대의 구분이며, 인간의 활동이 지구의 자연 환경에 유의미한 변화를 초래한 시기를 뜻한다.
연극을 제작한 TCF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작품에 대해 "인간이 자연에 미친 영향을 조명하는 '인류세(ANTHROPOCENE)'와 빠른 현대 사회에서 '느린 시간'을 되찾는 '슬로우 드라마트루기(SLOW DRAMATURGY)'의 개념을 결합한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인류의 흔적으로 뒤덮이게 될 지구의 미래를 조망하며, 인간이 얼마나 자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공연은 에피소드 1,2를 시작으로 에피소드3 '지구 종말 후 연극인들', 에피소드 4 '지구, 최후의 선택', 에피소드 5 '베타 세대, 배아들의 토론'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인류세 프로젝트'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구축하고 관객들에게 기후 문제를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슬로우 드라마트루기'를 활용해 실재의 경험을 재료로 사용해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고 일상에서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심미적 가능성 제시한다.
정은재 연출. 배우 전혜인, 김민중, 손승명, 천이도, 김예빈, 정은재, 바이올리스트 E.Sivo. 공연은 오는 4월 18일부터 20일까지 현대원서 공원과 북촌 창우극장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연극 'THE FLICK' ⓒ연극 'THE FLICK' 포스터
극단 ETS는 15주년 기념 공연으로 퓰리처상 수상작인 연극 'THE FLICK'을 무대에 올린다. 한국 초연 공연이다.
작품의 제목인 'THE FLICK'은 20대, 30대의 세 등장인물이 일하는, 낡은 35mm 필름 영화관의 이름이다. 뚜렷한 방향성 없이 이곳에서 일하는 세 등장인물의 일상에는 현재를 사는 20, 30대들의 혼란, 고립감, 좌절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극단 ETS의 김혜리 연출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인간관계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며, 개인적 고립의 극복에 관한 이야기가 가지는 연극적 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극단 ETS는 2010년 창단 이래 'FACE', 'BENT', 'THE JUNGLE', '인피니트 에이크', '나이팅게일의 소리' 등 창작극과 번역극 초연을 꾸준히 제작해 왔다.
'THE FLICK'은 2013년 오비상, 2014년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미국 출생인 애니 베이커(Annie Baker)가 썼다. 번역과 연출은 김혜리 연출가가 맡았다. 배우 김민지, 김태성, 허진, 사무엘, 서동민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오는 4월 11일부터 2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