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1주기가 되는 해다. 시계 태엽을 돌려 2014년 4월 16일로 돌아가 보면, 여전히 생생한 아픔에 마음이 시리고 코끝이 찡해진다. 그렇게 엊그제 일어난 일처럼 얼얼하게 아프다. 그런데도 제대로 얻은 답이 없다. '도대체 왜 구하지 못했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10년 넘게 허공을 맴돌고 있다.
다큐멘터리 '침몰 10년, 제로썸'(이하 제로썸)은 세월호 참사 공식 기록이 담지 못한 진실을 좇는 다큐멘터리다. '제로썸' 제작진은 "세월호 참사 공식 조사의 최종보고서에는 참사에 대해 '내부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는 없기 때문에 내부 원인이 침몰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 침몰 원인에 외력(外力)을 배제할 수 없으나 명확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외력을 확정할 수 없다'라고 기록되어 있다"면서 "진실을 알지 못한 채 추모와 위로가 가능한가"라고 질문했다.
이런 모호함 때문에 작품은 참사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기록들을 재검토한다. 그리고 전문가, 잠수사, 목격자, 유가족, 언론인 등을 다양하게 만나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조목조목 톺아본다.
다큐 속에는 침몰 원인에 관한 가능성들과 정황들, 그리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등장한다. 다큐는 스테빌라이저의 과도한 회전, 선체의 선 기울기·후 화물 이동, 한미연합훈련과 국립해양조사원 자료 속 접근금지 구역, 세월호 조타수 조준기의 발언, 외력설, 내인설 등을 살펴보면서 침몰 원인에 접근해 본다.
동시에 풀리지 않는 의혹과 의문들도 제시한다. 참사 후 세월호 속에 있는 사람들을 왜 구하지 못한 것인지, 참사 12시간 후 현장에 구조 작업은 왜 없었던 것인지, 사라진 항적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게 편집된 침몰 당시 영상 등 물어야 할 것이 정말 많다.
다큐가 진행될 수록 느낄 수 있는 것은, 무고한 죽음의 원인을 추적해 볼만 다양한 가능성과 정황들이 국가에 의해 묵인되거나 흐지부지 해체되고, 이해할 수 없는 의혹들만 활개를 친다는 것이다. 여전히 사람들이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는 이유다.
제기된 가능성과 의혹들 사이에서 아이들의 모습도 나온다. 다큐 속엔 배속에 갇힌 아이들의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학교에서 춤추고 운동하고 활동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나온다. 가슴이 답답해 온다. 살았어야 할 사람들이, 죽어선 안 될 사람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목도해서다.
세월호 참사 원인에 대해선 그간 다양한 정황과 의견이 제시돼 왔다. 다큐 '제로썸'은 세월호 참사 원인의 또 다른 입체적인 얼굴을 그려보면서 모호한 결론에 뾰족함을 더한다. 그 뾰족한 결론이란, 진실 규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진실을 향한 인양은 끝나지 않았음을 이야기해준다.
'침몰 10년, 제로썸'은 10년간의 제작을 거쳐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 상영됐다. 이 작품은 배급사를 찾지 못했지만 시민 1천 5백여명이 배급위원으로 나서면서 대중에게 공개될 수 있었다. 제작진에 따르면 다큐 '제로썸'은 지난해 경기도 고양을 시작으로, 전주·부천·안성·성주·김천·구미·수원·논산·세종·평택·부산 등 60여곳에서 상영이 진행됐다.
지난 2일 전국 개봉한 이 다큐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에서 전국 상영 중이다. 제작진에 따르면 다큐 '침몰 10년, 제로썸'은 지난 9일 누적 관객수 1만명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