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마을만세] 농촌에서 피어나는 작은 돌봄

마을의 약사님들의 찾아가는 약손 서비스 ⓒ필자 제공

농촌지역과 읍이 어우러진 작은 소도시에 살다 보면 서로 멀찍이 떨어져 사는 많은 어르신들의 생각지도 못할 고충을 듣게 된다. 부부가 함께 평생 농사짓고 살다가 사별하는 경우 혼자 남게 된 할머니들이 갑자기 이동이 어려워지게 되는 경우도 있고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면에 사시는 할머니는 아침 버스로 홍천읍에 나와 볼일을 보고 저녁 5시 30분까지 기다렸다가 집에 돌아간다고 한다. 기다리는 동안 버스터미널에 계속 앉아만 계신다고.

그들이 사셨던 세월과 현재의 간격을 메꾸지 못하고 자차로 30분 거리를 오고 가는데 하루를 쓰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젊은 사람들은 생각하지도 못할 많은 일들이 어르신들에게는 너무 힘들고 복잡한 일로 벌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 서비스를 농촌에 도입하여 집안에서 어르신들의 움직임을 추적하기도 하고, 경로당에서 의사나 강사를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는 스마트 경로당, 택시처럼 부르면 오는 스마트 버스 등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놓치지 않아야 할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손길이 아닐까.

홍천 영귀미면에서는 농촌지역의 사회서비스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끼리의 도움을 주고받으며 본래 살던 터전에서 건강함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사회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마을의 귀한 어린이들을 함께 키우는 생태텃밭 ⓒ필자 제공

협동조합 숲속마당에서 2024년부터 시행한 사업인데 마을의 자원과 사람들을 파악하고 이용하며 서로를 돌보는 서비스다. 어린이, 청소년, 노인, 중장년 다양한 모든 계층의 사람들과 면 단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_ 미용실, 이발소, 식당, 약국, 농장, 카페 등을 모집하여 실행 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남녀노소가 마을에서 서로 얼굴을 보고 유대를 가질 수 있게 했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생태텃밭교실에 참여하여 일 년 동안 마을의 어르신에게 농사를 배우고 절기, 생태 농업 활동을 하면서 우리 농산물과 친환경 먹거리를 키우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이 배추벌레를 잡아서 다른데 놓아주며 괴로워하기도 했다고... (우리가 조금 먹고 벌레도 행복하게 살면 안 돼요?)

귀농귀촌인들은 마을의 카페 정원에 모여 서로 알아가며 토종 종자, 생태정원 가꾸기에 대해 배웠다. 귀농귀촌인들이 농사지을 때 때로는 물을 곳이 없어서 유튜브를 통해 파종하는 법, 가지 치는 법 등을 배우는데 마을의 전문가와 스승과 제자가 되어 직접 만나서 배우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약국의 약사님들은 정기적으로 마을의 노인정에 방문해서 약물교육을 하고 집집마다 방문하여 여러 병원에 다니면서 받은 약을 분류해드리고, 올바로 복용하고 있는지 점검하면서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할 약품은 정리하기도 한다. 약을 많이 드시는 어르신들에게는 건강과 직결된 귀한 시간이다.

마을의 미용실 원장님과 협업하여 한 달에 두 번씩 이미용 서비스도 진행했다. 농촌지역은 골짜기가 정말 끝도 없이 길게 이어져 있는데 (이런 곳에 사람이 살고 있구나 싶을 만큼) 이렇게 먼 곳에 있는 노인정에 모여서 머리를 자르기도 하고 비교적 가까운 곳은 이장님 차를 타고 단체로 미용실에 오기도 하셨다. 어르신들이 미용실에 오시면 고마움의 표시로 그냥 안 가고 선풍기도 닦고 테이블 정리도 가지런히 해주시고 집에서 백합도 한 다발 꺾어서 오신다고 한다. 서로의 마음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마을 식당에서는 어르신들의 입맛에 맞게, 부드럽게 씹을 수 있는 메뉴를 선정하여 도시락을 준비했다. 깊은 산골에 사시는 어르신들은 5일에 한 번 장날에나 나올까 말까 한다는데 혼자 사시는 어르신이 영양소를 골고루 드실 수 있게 식사도 챙겨드리고 안부도 묻는 일은 서로를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다.

귀농귀촌인들과 함께한 농장학교 ⓒ필자 제공

아이와 어른이 만나고 젊은이와 어른이 만나고 마을의 자원들이 서로 연결되고 끊임없이 얼굴을 보고 체온을 느끼는 접점을 만들고... 이런 여러 가지 시도를 건강한 울타리에서 할 수 있는 마을이 더 많이 만들어지면 어떨까? 도시든 농촌이든 내가 있는 어떤 곳이라도 말이다. 나의 작은 호의는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온다는데 마을에서 할 수 있는 나의 작은 호의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며 올해부터는 영귀미면의 어르신 구술 기록을 함께 하기로 했다. 어르신들이 자신이 살아왔던 세상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게 열심히 들어드리고 싶다. 듣다 보면, 기록하다보면 또 다른 지점에 도달되어 있으리라!

필자주

숲속마당 협동조합은 ‘농촌돌봄서비스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1년간 사업을 수행하고 2025년에는 더 다양한 돌봄서비스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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