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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임의 일터안녕] ‘자살률 역대 최고 수준’ 대한민국, 정상국가로의 재도전이 필요하다

지난 2023년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인 자살률이 27.3명으로 전년 대비 2.1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증가 폭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의 7배에 달하며, 이로써 우리나라 자살률은 9년 전인 2014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또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4.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의 오명을 이어갔다. 사진은 24일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SOS 생명의 전화 모습. 2025.2.24 ⓒ뉴스1


2024년 자살한 국민의 수는 14,439명으로 1983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고 한다. 2011년부터 2022년까지 꾸준히 감소 경향을 보이던 자살률(국민 10만 명 당 자살자 수)이 2023년부터 크게 증가하고 있다.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는 자살률을 보이고 있으며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이들 자살자 중 약 반 수는 취업자이다. 즉, 직업을 가진 상태로 자살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매년 7천 명이 넘는 일하는 사람이 자살을 했다는 것인데 과연 업무관련성이 하나도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 매년 자살로 산재 인정을 받는 노동자의 규모는 고작 삼십여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못 잡아도 2019∼2023년 경찰 통계 중 ‘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로 인한 자살 수치를 보면 연평균 477명(395~598명) 가량으로 나타난다. 유족이 산재신청을 하지 않거나 못하는 문제를 지적할 수 있고 경찰의 초동조사가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매년 초대형 기업 고용 인구만큼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사회가 대한민국이다. 최근까지도 정상국가가 아닌, 현직 대통령이 제왕적 군림을 하다 쫒겨난 대한민국이라는 오명을 씻기 어렵다. 1997년~1998년 IMF 구제금융 시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시기, OECD 최고를 찍은 자살률은 순위가 낮아지지 않고 있다. 즉, 관리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눈에 띄는 변화는 보건소에서, 근로자건강센터에서, 급증한 민간 정신건강의료센터에서 정신건강 관리를 늘렸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지 못 하거나 악화된 원인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초의 사회학자였던 에밀 뒤르켐은 ‘자살’이라는 행위에 대해 사회적 시각으로 들여다 본 최초의 인물이다. 그는 자살의 유형을 네 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이 중 들여다봐야 할 현대적 유형은 ‘아노미적 자살’과 ‘숙명적 자살’이다. 아노미적 자살은 ‘아노미’ 상태의 사회에서 사회 혼란이 가중될 때 위기를 느끼면서 발생하는 자살을 말한다. 최근의 경제침체와 자영업 도산, 국민의 불안을 크게 야기시킨 정치 같은 것이다. 숙명적 자살은 강압적인 규율로 인해 개인의 욕망과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억제되면서 발생하는 자살이다. 직장내 괴롭힘, 고객폭력 노출, 과도한 성과압박, 책임추궁, 징계, 해고위협, 장시간 노동, 절망과 외로움 같은 메커니즘이 동반된다. 10대~30대 연령층의 가장 높은 사망원인이 자살이라는 것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교육시스템이나 정치, 일자리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낮은 출생률을 고민할 시기가 아니다. 이런 사회에서 누가 자녀를 낳아 키울 생각을 하겠는가? 태어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낳고 싶은 마음도 들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사고 사망’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조차도 관리가 잘 안 되니 재래형 사고라도 막자는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은 그냥 놔두고 출생률만 높이겠다는 생각이 참으로 암담하다.

없음 ⓒ일러스트: 박지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작업현장에서는 ‘사고’를 ‘내지 않도록’ 노동자들을 볶아대고 있다. 설사 실수를 하더라도 사고가 나지 않도록 2중의 사고 예방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것이 합당한데 오로지 노동자의 개인 탓으로만 돌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들에게 또 하나의 직무스트레스 요인이 된다. 이러다가 자살이나 뇌심혈관계질환과 같은 질병이 발생해 사망하면 이는 중대재해가 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철저한 규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포함한 노동시간 규제, 직장내 괴롭힘 발생시 또는 고객폭력 발생시 사업장에 대한 엄격한 근로감독, 청년 장기실업자에 대한 적정한 실업수당 제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확장된 제도도 보완이 필요하다. 6월 3일 치러질 대통령선거에서는 이런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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