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재정건전성과 균형재정은 결국 구호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최근 확정된 지난해 국가결산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4.1%에 달했다. 윤석열 정부가 스스로 제시한 기준선 -3.0%는 물론이고, 현실을 고려해 설정한 올해 목표치(-3.6%)마저 크게 초과한 수치다.
적자 폭이 커진 주된 이유는 대규모 감세에 따른 세수 부족 때문이다. 나라의 수입이 줄어드니 계획한 예산에 비해 실제로 들어온 세금이 부족했고(세수 부족), 결국 빚을 내 메워야 하는 상황(세수 결손)에 이르렀다. 2022년 52조 원, 2023년 56조 원에 이어 2024년에도 30조 원 이상의 대규모 세수 결손이 연이어 발생한 원인에 대해, 정부는 뼈저린 성찰이 필요하다.
정부는 빚을 더 내기 싫으니 온갖 꼼수를 올해도 동원했다. 외국환평형기금, 공공자금관리기금, 주택도시기금 등 용도와 목적이 명확한 주머니에서 10조 원 이상을 끌어다 나랏빚을 돌려막았다. 지방교부세와 교육재정교부금을 자의적으로 축소하며 탈법적 재정운영을 반복했다.
무리를 해서라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0.8%P 감소시켰다(46.1%)”고 자랑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으나, 기뻐할 국민은 없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환율이 요동치는 가운데, 기금의 과도한 소진은 시장 불신을 키우고 있으며, 교부세 축소와 지급 지연으로 지방자치·교육 행정의 혼란과 불만은 올 2분기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지출 축소로 인해 경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세수가 줄자 재정 지출도 줄었고, 내수 회복을 위한 마중물조차 말라버리면서 경기는 더욱 위축됐다. 결국 경기 침체 → 세수 감소 → 지출 축소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고착화된 셈이다.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고도 최상목 장관은 모르쇠다. 정부가 내주 초 발표하겠다는 추경은 10조 원 규모에 그친다. 그마저도 영남지역 산불 피해 복구와 AI 경쟁력 제고 등을 예산을 빼면, 경기 대응 내수 활성화 예산은 3~4조 원에 불과할 전망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경기 대응을 위한 적정 추경 규모로 15조 원을 언급했다.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내수 활성화 예산보다 4배 이상 큰 규모다. 국민의힘조차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도 더는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정부가 망설인다면, 이제는 국회가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