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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완규 지명은 헌법재판소 파괴행위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8일 헌법재판관에 이완규 법제처장 등 2명을 지명했지만 국민 다수는 월권이자 내란 척결을 방해하는 행위로 인식한다. 나아가 이는 헌법재판소 제도의 존립을 흔드는 행위이기도 하다.

CBS노컷뉴스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지난 11~12일 조사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 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49.4%로 나타났다. ‘적절했다’는 응답은 40.6%, ‘잘 모른다’는 응답은 10.0%였다. 특히 중도층의 경우 56.6%가 ‘부적절하다’고 응답해, ‘적절하다’는 응답(34.7%)을 크게 앞질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헌법재판소는 1987년 민주항쟁으로 쟁취한 직선제 개헌에서 처음 도입됐다. 헌법재판관 9명은 사법부를 대표하는 최고법관으로 공직자 탄핵, 법률과 행정기관 행위의 위헌 여부, 국가기관 간의 권한쟁의 등을 다룬다. 주권자 국민의 뜻에 따라 박근혜, 윤석열을 파면한 것도 헌재다. 대통령 임기보다 긴 6년 임기를 부여한 것도 권위와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어렵게 쌓아 올린 헌재에 대한 신뢰는 이완규 지명으로 근본부터 무너질 위기다.

한 권한대행은 내란으로 탄핵된 윤 전 대통령의 총리다. 내란까지 오는 과정에, 그리고 내란을 막지 못한 것에 책임이 크고 무겁다.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탄핵돼 조기대선을 치르게 됐다면, 한 권한대행과 국무위원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짧은 기간이나마 소임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그런데 한 권한대행은 마치 새로 대통령이 된 듯 거드름을 피우며,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던 논리를 180도 뒤집는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한 권한대행이 지명한 이완규 법제처장은 누구인가. 윤 전 대통령 장모를 변호하는 등 윤석열·김건희의 법률집사라 할 수 있다. 내란 직후 ‘안가 회동’에 참석해 수사도 받아야 할 처지다. 결국 자격도, 권한도 없는 권한대행이 신뢰와 중립성이라고는 없는 내란수괴의 집사를 최고법관으로 지명한 셈이다. 국민과 헌재 모두를 모욕하는 짓이다.

국회의장 등이 권한쟁의심판과 가처분을 청구했다. 헌재가 가처분을 받아들여 임명을 대선까지 미룬다면, 차기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고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러나 법문을 이유로 가처분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완규 등이 임명된다면 헌재는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받기는 힘들다. 결국 내년 6월 지방선거로 전망되는 개헌 과정에서 헌재를 그대로 둘 것인지 심각한 논의가 불가피하다. 한 권한대행은 내란범을 비호하기 위해 헌재 제도를 폐지의 벼랑으로 내몬 것이다. 한 권한대행과 국무위원들, 국민의힘이 왜 윤석열 비호에 목숨을 거는지 알 수 없으나 결국 국민주권과 민주헌정에 대한 도전일 뿐이다. 그 결과는 파면된 윤석열과 다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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