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공판기일이다. 자연인으로 돌아온 윤 전 대통령의 혐의는 12·3 비상계엄에 관련된 내란 음모와 우두머리로서의 역할이다. 파면된 지 열흘 만에 다시 뉴스의 중심에 서게 됐다. 그에 의해 민주주의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걸 목도한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파면으로 정치의 불확실성을 제거한 다음 단계는 내란의 실체를 철저히 파악하고 그 실행세력에 대한 분명하고도 단호한 처벌이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극심한 충격과 일상적 혼란을 끼친 만큼 재발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발본색원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려면 무엇보다 남김없이 드러내야 옳다. 숨길 게 없어야 하고 공익적 목적이라면 허용되는 모든 것을 낱낱이 알려야 한다. 그런데 이 재판을 이끌어 갈 재판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나 보다. 경호상 이유를 들며 재판에 참가하는 피고인을 지하주차장으로 드나들게 해달라는 경호처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도 모자라 재판에 대한 공개 촬영도 아예 불허했다. 이로써 국민들은 피고인 윤석열의 재판과정을 생생히 시청할 권리를 도둑맞아 버렸다.
모든 게 처음이다. 구속 수감되어 있는 상태로 재판에 출석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때도 이러지 않았다. 같은 내란죄를 다룬 전두환ᄋ노태우 재판 장면의 경우는 1분 30초간의 영상 촬영까지 허가되었다.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전 대통령들의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국민을 도탄에 빠트린 위정자의 말로를 씁쓸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최고 권력이었더라도 하나의 인간으로서 법 앞에 평등할 수밖에 없다는 정의가 실현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뭐라고 그런 특혜를 주겠다는 건가. 현행법률상 무려 사형과 무기징역, 무기금고까지 선고할 수 있는 내란의 우두머리 혐의인데도 말이다.
또 지귀연 판사가 재판장으로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의 결정이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려 국민적 공분을 산 장본인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러니 국민들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행여나 이 재판이 내란 우두머리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요식적 절차가 되지는 않을지 해서다. 과한 감정이 아니다. 내란세력들이 아직도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걸 깜깜이로 하겠다면 숨겨줄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지금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