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차 공판에 차량을 타고 출석하고 있다. 2025.04.14.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재판이 14일 본격 시작됐다. 재판부의 이례적인 결정으로 법정에 출석하는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피고인석에 앉은 윤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지자마자 장장 1시간 20분간 자신의 무죄를 항변했다.
윤 전 대통령 주장 대부분은 이미 헌법재판소(헌재)에서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내용의 재탕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호소용 계엄’이라는 식의 논리다. ‘대통령직 파면’이라는 엄중한 헌재 선고 이후에도 윤 전 대통령은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의 심리로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에 대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것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라는 궤변을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은 “저도 과거 12.12, 5.18 내란 사건의 공소장과 판결문을 분석했는데, 이렇게 몇 시간 만에 비폭력적으로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를 즉각 수용해 해제한 사건을 내란으로 구성한 것 자체가 법리에 맞지 않는다”며 “탄핵심판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도 전혀 반영돼 있지 않고, 수사 초기 겁을 먹은 사람들이 유도된 방식으로 진술한 내용이 무비판적으로 포함돼 있다”고 반발했다.
“계엄이라는 것은 늘상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라는 위험천만한 주장도 나왔다. 경호처장 출신인 김용현 전 장관을 국방부 장관에 임명한 것이 계엄 준비가 아니냐는 검찰의 지적을 반박하는 과정에서다. 그는 “사전 모의로 제가 2024년 봄부터 (계엄의) 그림을 쭉 그려왔다는 자체가 코미디 같은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헌재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계엄 포고령과 관련해서도 “현실적 조치가 아닌 하나의 규범”이라며 “상위법인 헌법에 저촉되는, 그 자체로 효력이 없는 것”이라는 말장난식 주장을 폈다.
특히 전 국민이 생중계로 확인한 ‘국회 봉쇄’에 대해서는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다 들어갔다”며 “엄연히 다 들어갈 수 있는데도 국회의장과 야당 대표가 사진 찍으며 국회 담장을 넘어가는 쇼를 한 것”이라고 뻔뻔한 태도를 고수했다.
윤 전 대통령은 모두진술이 끝난 뒤에도 추가 발언을 요청했다. 그는 “훌륭한 검사님들이 계시지만, 저 역시도 26년간 검사 생활을 하면서 참 치열하게 공직 생활을 해 왔다”며 “공소장과 구속됐을 때 영장을 보니까 26년간 정말 많은 사람을 구속하고 기소한 저로서도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무엇을 주장하는 것지, 어떤 로직에 의해 내란죄가 된다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검찰의 공소장을 부정했다.
증인신문 순서와 관련해서도 “저와 직접 통화하고 직접 관계 있는 사람부터 증인신문을 들어가고, 이 증인신문을 마친 다음 그 사람의 진술 신빙성을 따지는 차원에서 증거조사를 한다면 모르겠는데 중구난방으로 뒤로 갔다 앞으로 갔다 이렇게 하는 것은 진상규명을 해 나가는데 방해가 되지 않겠냐”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의 증인신문도 이어질 예정이다. 두 사람은 비상계엄 당일 자신의 상관으로부터 ‘국회의원 끌어내라’는 취지의 지시를 들은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