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목 더 일하고 ‘워라밸’ 누리자? 국힘표 주 4.5일제의 함정

각계서 반발 “사이비 4.5일제” “앞뒤 안 맞는 모순적 정책”

지난 4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비공개로 전환되며 대화를 하고 있다. 2025.04.04. ⓒ뉴시스

국민의힘이 돌연 ‘주 4.5일제’ 대선 공약을 꺼내 들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1시간 더 일하고, 금요일에는 4시간만 근무하자는 게 골자다.

그간 노동계와 정치권에서 논의된 주 4.5일제 또는 주 4일제는 노동시간 단축을 전제로 하는 반면, 국민의힘표 주 4.5일제는 노동시간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큰 차이가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주 52시간제 폐지’까지 함께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 국민의힘이 내세운 ‘워라밸’이 과연 가능할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주 4.5일제 근무제를 소개한다. 우리가 정책으로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며, 현재 이 제도를 시범 운영 중인 울산 중구청의 사례를 소개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직원들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8시간 기본 근무시간 외에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는 4시간만 근무한 뒤 퇴근하는 방식”이라며 “총 근무시간이 줄지 않기 때문에 급여에도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기존 주 5일 근무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유연한 시간 배분을 통해 주 4.5일제의 실질적인 워라밸 개선 효과를 가져오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권 비대위원장 스스로도 언급했듯 이러한 방식은 현행 제도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유연근로제다. 이를 두고 ‘유연한 주 4.5일제’라는 이름만 붙여 대선 공약이라고 홍보한 셈이다.

노동시간 단축 없이 금요일 근무를 월~목요일에 나눠서 하는 방식이라 “조삼모사”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올해부터 도내 기업을 대상으로 ‘주 4.5일제’ 시범 사업에 돌입한 경기도의 경우, 현행 주 40시간에서 35~36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두고 있다.

특히 ‘주 52시간 폐지’까지 함께 꺼내 들면서 국민의힘이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했다가 실패한 정책을 이어가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겉으로는 “유연한 근로문화”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제도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윤석열 정부는 ‘주 69시간’으로 대표되는 노동시간 개편을 추진했다가, 국민의 거센 반발 끝에 사실상 좌초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15일 논평을 내고 “국민의힘의 4.5일제 공약은 근로 시간은 더욱 길게, 노동강도는 더욱 강하게, 임금은 더욱 낮추는 공약으로 결국 국민을 우롱하는 조삼모사이자 사탕발림 공약”이라고 규정했다.

정 의원은 국민의힘이 ‘하루 노동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현행 근로기준법을 개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주 52시간제’ 폐지까지 더해질 경우, 무제한 노동에 내몰릴 수 있다고 정 의원은 지적했다. 

더욱이 하루 8시간을 초과해 일할 경우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한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이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주 40시간의 노동시간은 유지되기 때문에 임금도 동일하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사실상 국민을 속이는 말장난에 불과한 셈이다.

정 의원은 “1일 9시간 근무해도 가산임금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면, 임금은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며 “현행 제도에서 적용되는 가산임금을 없애는 방향으로 근로조건이 변경된다면, 근무시간은 동일해도 임금은 줄어들게 되는 임금 감액 공약”이라고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국민의힘 공약에 대해 “사이비 4.5일제”라며 “지금 국민의힘의 공약은 내용이 엉터리일 뿐 아니라 진정성도 없다”고 직격했다.

주 4.5일제 또는 주 4일제 논의는 지난 2022년 대선 의제로 등장한 데 이어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본격 공론화됐다. 유력 대선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올해 2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장시간 노동의 문제를 지적하며 “첨단기술 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국민의힘은 이러한 논의에 대해 기업의 어려움을 부각하며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의 주 4.5일제는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내용을 대선 화두로 떠올렸다는 의미는 있지만, 내용을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적인 정책”이라며 “다분히 선거를 앞두고 지지도를 올리기 위한 선심성 정책을 발표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오민규 실장도 같은 날 통화에서 “국민의힘의 방안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라며 “노동시간 단축 역사와 역행하는 방향”이라고 비판했다.

오 실장은 “이런 방향으로 (노동자의) 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루 노동시간을 늘리는 걸 누가 환영할까”라며, “노동시간 단축을 전제로 하지 않는 주 4.5일제는 겉으로는 노동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실제로는 노동강도를 굉장히 높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권 비대위원장은 해당 공약을 발표하며 “유연근로제를 도입하더라도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밝힌다”고 못 박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호일 대변인은 전날 낸 입장에서 “국민의힘이 제시하는 법정 근로시간 단축 없는 주 4.5일제는 조삼모사”라며 “유연근로제는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강요해 노동자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제도다. 내란 정당 국민의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해체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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